[초점]요즘 'BL'이 핫하다는데...소년들이 그런거였어?

기사등록 2021/06/05 03:00:00
[서울=뉴시스]류선비의 혼례식(사진=아이돌 로맨스 제공)2021.06.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소년들의 사랑, BL을 아시나요?

4일 기준 넷플릭스 '지금 뜨는 콘텐츠' 창을 보면 '극한직업', '공작', '분노의 질주', '히든 피겨스', '가장 보통의 연애', '섹스 앤 더 시티' 등 유명 영화들 사이에 낯선 이름 하나가 껴 있다.

'류선비의 혼례식'. 영화의 포스터를 보니 남성 두 명이 입술을 맞대고 키스를 하기 일보 직전이다.

"원치 않는 혼인을 피해 가출한 여동생. 덕분에 오빠가 식을 올리게 됐다. 가문을 위해, 여장을 하고. 첫날밤, 으레 정체가 들통나고 새신랑과 잠시 부부가 되기로 하는데 이 묘한 느낌은?"(넷플릭스의 '류선비의 혼례식' 소개글)

웹드라마 '나의 별에게'는 시청률 17%를 기록한 tvN 드라마 '철인왕후'와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함께 공개됐을 당시 인기 순위 1, 2위를 다퉜다.

요즘 'BL(Boy's Love)'이 핫하다.

BL의 소비층은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웹드라마 '나의 별에게'는 BL의 본고장 일본 라쿠텐 TV에서 공개 당시전체 콘텐츠 1위에 올랐다. 웹드라마 '류선비의 혼례식'도 헬로우 라이브 TV, 일본 라쿠텐 TV, 18개국 LINE TV, We TV 등을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됐고, 대만 라인 TV와 라쿠텐 TV에서는 일간 차트 1위에 올랐다.

'나의 별에게'와 '류선비의 혼례식'은 웹드라마로 제작된 후 인기에 힘입어 영화 제작으로 이어졌다. 영화 '나의 별에게'는 공개 당시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네이버 시리즈온, KT Seezn 등 주요 OTT는 물론 올레TV, SK BTV, LG U+, Skylife 등의 IPTV에 VOD가 공개됐다. 

이는 BL에 대한 수요가 시장성을 확보할 만큼 커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BL이란? 소년들의 풋풋한 사랑 다루는 동성애 장르
[서울=뉴시스]'나의 별에게' 포스터(사진=에너제딕컴퍼니·에이치앤코 제공)2021.06.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중에게 생소한 'BL'은 '로맨스', '액션', '코미디', '스릴러', '호러' 등으로 분류되는 영화·드라마·소설 등의 한 장르다. 'LGBTQ'(성소수자)나 '퀴어'(동성애)와 비슷한 장르 혹은 그 하위 장르로의 분류도 가능하다.

BL은 일본에서 태동했다. 1990년대부터 일본 여러 잡지에 BL이란 단어가 쓰이면서 '남성 동성애 코드'를 주요한 플롯으로 한 작품을 BL이라 칭하게 됐다. 과거에는 주로 만화책으로 소비됐고, 이후 인터넷 시대가 열리고는 웹소설과 웹툰으로 진화했다. 남성 아이돌 그룹을 등장시킨 팬픽(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주인공으로 해서 쓴 소설)의 일부도 BL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BL은 동성애를 다루지만 '퀴어'와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 '퀴어'는 젊은 층부터 노년층까지 모든 세대를 등장인물로 내세우며 예술성을 중시한다. BL은 10대에서 20대 초중반의 미소년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플롯 역시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고 이들의 풋풋한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주요 서비층인 1020 여성의 판타지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BL 영화 '미스터하트'와 '류선비의 혼례식'에서 주연한 배우 이세진은 BL의 인기를 확실히 실감한다고 전했다.

이세진은 "해외에서도 수요가 많은 것 같다. SNS를 통해 (영화와 관련한)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팬아트(팬들이 좋아하는 스타를 그린 그림)를 보내줄 때 이전에는 저 혼자 있는 걸 그려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미스터하트') 이후에는 상대 배우와 같이 있는 걸 보내 주더라.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BL 장르를) 좋아하고 매니아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 커지고 제작 열기 고조…스타 등용문 역할도
[서울=뉴시스]종합엔터기업 키위미디어그룹은 한국 최초의 BL 웹드라마 제작사 더블유스토리와 함께 '유 메이크 미 댄스'를 제작했다. 더블유스토리는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미스터 하트' 등의 작품을 제작했다.(사진=더블유스토리 제공)2021.06.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BL의 인기에 배우들은 물론 제작사도 BL 업계에 활발히 뛰어들고 있다.

누적 조회수 1억 9000만 회를 기록한 화제의 웹드라마 '일진에게 찍혔을 때'를 만든 제작사 와이낫미디어도 BL 장르를 시도한다. 동명의 BL 게임을 원작으로 웹드라마 '새빛남고 학생회'를 제작하고 있다.

와이낫미디어 김현기 CCO(최고콘텐츠책임자) "다양한 국가들의 BL 장르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게 와이낫에서도 기존의 학원물 및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확장해 콘텐츠 장르를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며 "이미 인기가 검증된 데이세븐(일진에게 찍혔을 때' 시리즈의 원작사)의 BL 소재 스토리게임 '새빛남고 학생회'를 와이낫만의 감성이 담긴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로 각색하고자 했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퀄리티의 작품으로 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BL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BL팬들의 높은 충성도에 힘입어 견고한 팬덤을 빠르게 구축했다. 덕분에 BL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나의 별에게'의 주인공 손우현은 최근 KBS2 '오케이 광자매', tvN '마우스'에 출연했다. 상대역인 미스틱스토리 소속 김강민은 2019년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통해 데뷔한 지 2년 만에 이름을 알리고 현재 OCN 드라마 '다크홀'에 출연 중이다. '나의 별에게'와 '류선비의 혼례식'에서 열연한 그룹 마이네임의 강인수는 지난달 2주간 진행된 서울예술단의 가무극(뮤지컬) '나빌레라'에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랐다.

달라진 시대상과 인식을 반영하는 것인지 배우들도 BL 작품 출연에 거리낌이 없다.

이세진은 BL 장르 작품에 임하면서 배우로서의 커리어에 두려움은 없었는지 묻는 질문에 "걱정했던 부분은 제가 혹시나 어설프게 연기했을 때 그분들에게(성소수자들에게) 어떻게 보면 오해를 만들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점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거다. 더 솔직하고 순수하게, 진지하게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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