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투기 조사 및 수사 중간결과'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부동산 투기 특별 금융대응반은 농식품부 소관인 농어업경영체법에 따라 설립된 농업법인 중 본래 사업범위가 아닌 부동산 투기를 전문으로 한 1개 법인을 자본시장법상 미등록 부동산펀드 설정·운용행위 혐의로 수사의뢰했다.
금융당국이 수사의뢰한 법인은 대한영농영림으로 알려졌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한영농영림은 자본금 6억원으로 약 290억원을 차입해 지난 2019년 3월부터 신도시 3곳 19개 필지와 경기도 파주·평택, 울산·대구 등 산업단지 예정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금 대비 차입비율이 무려 50배에 이르는 것이다. 부동산 금융대응반은 이 농업법인이 자기자본의 수십배가 넘는 자금을 대출받은 과정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영농영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8년 11월 A자산운용사에서 118억원을 차입했고, 2019년 6월 법인대표가 감사로 재직한 B경영컨설팅사로부터 약 195억원을 빌렸다. 이밖에 증권사에서 12억원, 단위농협에서 78억9000만원 등을 대출받았다.
그런데 B경영컨설팅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B경영컨설팅사는 2019년 6월 A자산운용으로부터 191억원을 차입했다. 대출시기 등을 고려했을 때 B경영컨설팅사가 A자산운용에 빌린 자금이 대한영농영림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A자산운용은 전직 국회의원이 이끌었으나, 지난해부터 그의 아들이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부동산 금융대응반은 친환경농산물재배, 생산판매업, 영농영림개발업, 토지개발업 및 부동산매매업을 등을 주요 사업으로 신고한 대한영농영림이 사실상 부동산 펀드처럼 운용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제조업 등 사업하는 자가 통상 필요한 인적·물적 설비 갖추고 투자자에게 사업결과를 배분하는 경우 등은 자본시장법상 펀드의 예외 사유로 보고 있지만, 대한영농영림은 해당 사항이 없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집합투자에서는 예외사항으로 제조업 등 사업을 영위하면서 통상적으로 농업에 필요한 인적, 물적 갖추면 집합투자가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이 법인은 자산규모가 300억원이 넘는데도 직원 한 명에 1년 인건비가 1200만원에 불과한 데다 전기요금도 거의 나오지 않는 등 농업회사로 인정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 법인 외에도 현재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무늬만 농업법인'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감사원이 지난 2월 공개한 농식품부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9년 기준 농업법인으로 등록해놓고 부동산 매매업 등 설립 목적과 다른 사업을 하는 가짜 농업법인은 482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35곳은 목욕장·해수욕장낚시장·하수폐기물처리업 등 농업과 전혀 상관없는 사업만 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 중 16곳은 부동산 매매업을 주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농업법인들의 부동산 투기 행위가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업 위반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따져보고 있다. 농식품부, 국토교통부, 합수본 등과 긴밀하게 협력해 일부 농업법인의 자본시장법 위반혐의에 대한 조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1만3000개 농업법인 중 농식품부와 협의를 해서 현재 외부감사 대상인 농업법인 485곳을 대상으로 1차 검토를 한 결과 20곳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곳에 대해서는 일단 외부감사 결과를 토대로 필요하면 농식품부, 지자체 등과 합동점검을 하고, 위법 사항이 발견될 경우 바로 수사 의뢰조치를 할 것"이라며 "이밖에 현재 20곳 이외에도 필요하면 계속해서 대상을 넓혀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관련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위규사항이 있을 경우 규정이 정하고 있는 최고한도로 제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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