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이재용 사면' 반응 온도차…사면론 힘 받나

기사등록 2021/06/02 18:33:21

"국민 공감대 생각해야"…한 달 전과 비교해 미묘한 차이

김기남 삼성 부회장 "총수 있어야 반도체 투자 결정 신속"

문 대통령 "기업 고충 이해"…사면 필요성 전향적 반응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민 비서실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문재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2021.06.02.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김성진 기자 = 재계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에 문재인 대통령이 보다 전향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실제 사면 단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가 전략산업으로써의 반도체 산업 지원 명분으로 한 이 부회장의 사면이 현실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4대 그룹 대표 초청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한 재계 건의를 경청한 뒤 "(기업들의) 고충을 이해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의 반응은 이 부회장의 구속 수감 상태로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적극적 공략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 어렵다는 재계의 고충을 이해한다는 뜻으로 우선 해석된다. 재계를 중심으로 한 거세지는 이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한미 정상회담 계기로 이뤄진 4대 그룹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평가하고, 정부 차원의 후속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 논의가 다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에 자리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 건의가 이뤄진 경위와 문 대통령의 답변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경제 5단체에서 공식적으로 청와대에 건의한 이 부회장의 사면을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문 대통령 앞에서 환기시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논의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1.06.02. bluesoda@newsis.com
이 관계자는 최 회장이 문 대통령에게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 주시라"고 말했고,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최 회장이) 경제 5단체장의 건의 내용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면서 "무슨 의미인지 (대통령에게) 물었고, 이 부회장의 사면을 의미했다는 것을 (나중에)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며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사면론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반응은 앞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 기자회견과 비교해 미세한 차이가 있다. 사면에 관해서는 국민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에서 국민 공감대가 많이 이미 형성돼 있다는 문 대통령의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문재인 대통령.  2021.06.02. bluesoda@newsis.com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달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 당시 "과거의 선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결코 마음대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답했었다.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국민들의 찬성 의견과 반대 의견까지 감안해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한 달 전 답변이었다면, 이날 반응은 긍정적 검토 가능성을 한층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를 중심으로는 오는 8월 광복절 계기로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 기대감이 흘러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4주년 특별연설 때와 달리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에 관한 문 대통령의 언급은 없었는가'라는 기자 질문에 "(문 대통령이) 긍정, 부정 어떤 쪽에 공감하는지는 특정하지는 않았다"면서 "두루두루 (국민)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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