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IPTV협회 "CJ ENM 욕심 가득 찼다"…콘텐츠사용료 갈등 재점화

기사등록 2021/06/02 16:05:58

"수신료 48% 콘텐츠에 지불…CJ ENM 현실 왜곡"

[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인터넷TV(IPTV)를 운영하는 이동통신 3사와 콘텐츠 제공자인 CJ ENM 간 콘텐츠 사용료 협상을 둘러싼 갈등이 정부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시 점화됐다.

IPTV 3사로 구성된 한국IPTV방송협회는 2일 'CJ ENM 비전 스트림에 대한 IPTV사의 입장문'을 통해 "지난달 31일 개최된 CJ ENM의 글로벌 전략의 시작을 알리는 비전 스트림 기자간담회 발표에서 유료방송시장의 동반자를 폄훼하고 왜곡했다는 점에 아쉬움을 넘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발표했다.

이어 "CJ ENM의 비전을 선포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근거 없는 예시와 수치로 언론과 국민을 현혹하고 오늘날 K콘텐츠의 성과를 CJ ENM과 티빙이 모두 독식하겠다는 발상을 봤다"며 "불과 며칠 전 논의했던 상생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의 오만과 욕심에 가득차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강호성 CJ ENM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 "종합유선방송(SO)은 수입의 절반 이상을 콘텐츠 공급자에게 제공하고 있고, 영세 SO도 상당 부분을 콘텐츠 공급자에게 내놓고 있다"면서 "그런데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IPTV는 인색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IPTV협회가 이틀 후 이번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양측의 갈등은 최근 이뤄지고 있는 콘텐츠 사용료 협상에서 비롯됐다. CJ ENM은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에 대해 전년 대비 25% 이상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IPTV사들은 과도하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도 양측은 성명을 각각 발표하며 공개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후 조경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27일 유료방송 유관 협회장, 사업자 대표, 외부 전문가 등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중재에 나섰지만 갈등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통 3사는 그러면서 CJ ENM이 간담회에서 펼친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IPTV가 콘텐츠 대가 지급에 인색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IPTV사는 한해 전체 콘텐츠 수급 비용으로 수신료 매출 대비 48%를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최근 발표된 2019년 재산상황공표집을 인용, CJ ENM이 IPTV를 포함한 전체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지급받은 '방송 프로그램 제공 매출액'(콘텐츠 프로그램 사용료)은 2210억원으로, PP사업자(150여개)의 방송 프로그램 제공 매출액 중 3분의 1에 가까운 압도적인 규모이며, 2018년 대비 2019년도 방송 프로그램 제공 매출액 증가분의 35%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IPTV사는 또 CJ ENM과 같은 대형 콘텐츠 사업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와 지상파 사업자에 콘텐츠 대가를 치르고 있으며, 2019년에는 수신료 매출 대비 전체 콘텐츠 수급 비용으로 48%를 넘어서는 1조1712억원을 지불했다고 강조했다.

(출처: 한국IPTV방송협회)
특히 IPTV사업자는 전체 프로그램 사용료로 유료방송시장 가입자 기준 점유율 51%보다 높은 63%를 지급하고 있다면서 IPTV사가 콘텐츠 수급 비용에 인색하다는 CJ ENM의 주장은 현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강호성 CJ ENM 대표가 당시 간담회에서 "현재 한국에서는 콘텐츠에 대한 대가로 제작비의 3분의 1 수준을 받는다"면서 "미국의 경우 100% 이상을 받는데, 미국은 수신료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해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돼 있다"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IPTV 측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IPTV업계는 "CJ ENM이 글로벌스탠더드화라는 미명 하에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제작비를 충당하고자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가사들은 성명을 통해 "CJ ENM에서는 시장 규모가 다른 일부 해외 미디어 시장 사례를 글로벌스탠더드라 주장하며 우리나라보다 유료방송 이용요금이 9배 이상 비싼 미국 사례를 들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미국 수준으로 맞추려면 사실상 이용자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면서 "CJ ENM이 글로벌을 타깃으로 콘텐츠 제작 투자를 진행하면서 이에 대한 비용을 국내 시장에 전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내 미디어 시장 규모와 재원 구조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이 같은 주장은 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국내 이용자의 과도한 부담을 야기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유료방송사업자는 일반 콘텐츠제공자(PP)에게 실시간 프로그램 사용료, 유무료 VOD 사용료, 정액제 등 다양한 콘텐츠 비용을 지급하고 있으며, 유료방송사업자의 가입자 확대로 인한 광고 커버리지 증대 효과를 얻는 것을 감안하면 그 이상을 기여하고 있다"며 "이에 더해 PP사는 과거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모델에서 케이블, 위성, IPTV사업자의 등장으로 콘텐츠 사용료 수익, 해외 OTT 판매 수익 등 점차적으로 수익처가 확장돼 왔음을 상기해야 한다"라고 알렸다.

서로에 대한 비방을 멈추고 상생을 논의하자고 했던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서도 IPTV협회는 실망감을 피력했다.

IPTV협회는 "지난달 27일에 있었던 과기부 2차관 주재 유료방송업계 간담회에서 단기적 이해만을 꾀하기보다는 전체 미디어 산업의 중장기적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로 합의했으나 CJ ENM은 비전 스트림에서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라고 토로했다.

끝으로 성명서는 "CJ ENM은 과도하고 불합리한 요구를 지양하고, 한정된 유료방송재원 속에서 IPTV사와 함께 산업 전체 파이를 키우는 방안을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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