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운전자 폭행'처럼 "5년 이하 징역"
"증거 중요시 처벌 강해…블랙박스 핵심 증거"
언론보도→시민단체 고발 수사…경찰 비판도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청문·수사합동 진상조사단은 이 차관에게 폭행당한 택시기사 A씨를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최근 입건했다.
지난해 11월 초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던 이 차관은, 당시 A씨와 연락해 합의를 시도하며 폭행 영상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 차관으로부터 합의금 1000만원을 받았고, 블랙박스 영상을 지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를 두고 이 차관이 A씨에게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이고, A씨는 이를 승낙한 것일 수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증거인멸죄는 사안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중죄다. 이 사건에서 논란이 됐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운전자 폭행) 위반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데, 두 죄의 처벌 수위가 비슷한 것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는 증거인멸죄에 대해 기본 6개월 이상 1년6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여기서 가중요소가 적용될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가중요소에는 '증거인멸 등을 교사한 경우'와 '증거인멸이 사건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가 포함돼 있다.
반면 이 차관에게 적용됐던 단순 폭행죄의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며,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는다.
만약 자신의 혐의가 단순 폭행이 아닌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는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영상 삭제를 요구했다면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핵심 증거를 지우려 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이 교수는 "원래 자신의 범죄에 대한 직접 증거인멸은 처벌하지 않는다"면서 "(예외적으로) 교사는 처벌하지만, 이 경우 폭행 사건 가해자인 이 차관이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요구했으므로 동정의 여지가 있을 수는 있다"고 했다.
한편 이 차관과 A씨가 증거인멸 공범으로 처벌받는다면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도 어느 정도 규명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민단체 고발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경찰이 밝힌 수사 내용이 아닌 언론 보도 내용을 토대로 접수된 고발장이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이 차관을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경찰청으로 이송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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