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시간' 놓고 與 의견 분분한데…이재명의 이유 있는 침묵

기사등록 2021/06/02 16:45:53

이재명 일주일째 침묵…이낙연·정세균 "가슴 아파"

이재명 측 "재판 중인 사안…정쟁보다 일에 집중"

2019년 조국 사태 때 "마녀사냥" 檢 수사태도 비판

'확장성' 불리한 싸움 회피…정책으로 중도층 어필

전문가 "이재명, 조국 문제 불거져도 손해 안 봐"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 창립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1.05.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출간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온통 떠들썩하지만 고요한 곳도 있다.

여권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응원 메시지를 내는 가운데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회고록이 출간된 후 일주일째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전략적 침묵'인 셈이다.

먼저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조 전 장관이 회고록 출간을 공개한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참으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며 "조 전 장관께서 뿌리신 개혁의 씨앗을 키우는 책임이 우리에게 남았다. 조 전 장관께서 고난 속에 기반을 놓으신 우리 정부의 개혁 과제들, 특히 검찰개혁의 완성에 저도 힘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지난달 28일 "공인이라는 이름으로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발가벗겨지고 상처 입은 그 가족의 피로 쓴 책이라는 글귀에 자식을 둔 아버지로, 아내를 둔 남편으로 가슴이 아리다"며 "부디 조국의 시간이 법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그 진실이 밝혀지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조국의 시련은 촛불로 세운 나라의 촛불개혁의 시작인 검찰개혁이 결코 중단돼서는 안 됨을 일깨우는 촛불시민 개혁사"라며 "무소불위 검찰 권력과 여론재판의 불화살받이가 된 그에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중단 없는 개혁으로 성큼성큼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들이 한결같이 조국 전 장관 편에서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당내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 지사는 말이 없다. 이 지사는 정책 아이콘인 기본소득을 비롯해 여당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 등 현안 메시지를 활발히 내고 있지만 회고록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서울=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를 두고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지사도 이젠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 공정에 대한 대선주자의 시각을 밝히셨으면 한다"며 입장표명을 압박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나오진 않았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재판 중인 사안을 굳이 언급할 이유가 없다"며 "이미 기본 원칙에 대해선 이 지사가 다 밝힌 바 있다. 정치적 논쟁이 있는 사안에 끼어들기보다는 정책 등 일을 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지사는 지난 2019년 8월 당시 장관 후보자 신분이던 조 전 장관 가족 증인 채택을 놓고 인사청문회가 공전하자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지금 상황은 비이성의 극치인 마녀사냥에 가깝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이를 문제 삼자 "나와 내 가족이 수없이 당해서 동병상련으로 말한 것"이라며 "중범죄자든 경범죄자든 법이 정한 헌법상 원칙을 지켜줘야 하는데 국가기관이 힘없는 개인을 상대로 수사하면서 포토라인에 서게 해 망신을 준다. 옳고 그른 게 아니고 원칙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지난해 3월에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해 7월 대법원의 무죄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기까지 검찰수사로 곤욕을 치른 만큼 여권 지지층이 분노하는 포인트인 검찰 수사태도를 충분히 비판했다는 것이 이 지사 측의 입장이다.

더욱이 이미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상황에서 굳이 후발주자들처럼 강성 지지층에 구애하거나 혹은 각을 세우는 어느 쪽도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뉴시스에 "대선주자들이 왈가왈부하는 것이 결국 친문 지지자를 겨냥한 거라고 하지 않느냐"며 "언급하는 게 좋은 태도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조성우 기자 = 출간을 하루 앞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진열돼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31.
실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과 징계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말에도 함구해 '전략적 침묵'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확장성 면에서 불리한 '링'에 굳이 올라가느니 강점인 정책 행보로 중도층을 끌어안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즉 앞장서 옹호하다가는 중도층 지지가 낮아질 것이 우려되고, 그렇다고 반대편에 서자니 여권 핵심 지지층에게 등을 돌리는 결과가 나오기에 전략적으로 침묵하는 게 낫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조 전 장관에 대한 온정적 메시지를 한 이상 앞으로 입장 선회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재명 지사는 상대적으로 친문과 거리가 있어 조국 문제가 불거질수록 오히려 손해가 아닐 것"이라고 짚었다.

이 지사는 이날 송영길 대표가 조국 사태 사과를 한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낼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서실 직원의 코로나19 밀접 접촉으로 능동감시 중인 이 지사는 내주부터 공식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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