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병원 찾아 성추행 피해 극단 선택 A중사 조문
"국방·여가위원들과 점검해 재발방지 제도 개선"
"軍 보고 과정서 유가족 생생한 얘기가 누락된 듯"
軍 상층부 지휘 책임 선 그어 "지금 논할 때 아냐"
송 대표는 이날 저녁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여군 부사관 A 중사의 부모와 변호인과 면담을 가졌다. A 중사 유가족은 빈소 마련도 미룬 채 군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면담에서 유가족과 변호인 측은 A 중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에도 군의 안이한 조치에 분통을 터트렸다.
A 중사의 아버지는 "엄마와 아빠가 있는데 왜 얘가 이런 선택을 해야 했고, 그런 사진까지 찍어가면서 뭘 얘기하고 싶어서 그런 선택을 했느냐"면서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어머니는 딸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생전 영상을 돌려본다며 "고통스러웠던 모습은 기억나지 않고 우리 딸의 웃는 모습만 기억난다"며 "엄마로서 그 아팠던 마음을 내가 3분의 1도, 아니 하나도 못 알아줬다는 것에 밤잠을 이룰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피해 접수 후에도 고통을 겪던 고인의 아픔을 전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딸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다는 암시를 했다"며 "그러더니 그냥 있으면 안 될 거 같다면서 (고인이) 직접 자살방지센터에도 연락을 하고 상담관에게 장문의 메일을 써서 보내는 등 자기 나름대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아이였다"고 밝혔다.
이어 "내게 '엄마, 만약 잘못되면 가해자, 나를 힘들게 만든 사람을 그냥 안 놔두겠다'고 한 뒤 나를 안심시키려고 자살은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말만 믿었다. 앞의 얘기를 더 깊게 헤아려줬어야 했는데 못했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고인이 자신에게 상급자인 가해자와 관련한 고충 상담을 했던 것을 언급하며 "차라리 지금 같으면 면상에 욕이라도 해주고 발로 뻥차기라도 하라 할 텐데 나는 그냥 세상살이, 사회생활이 그렇더라고만 말했던 못난 엄마"라고도 했다.
송 대표는 유가족의 호소를 묵묵히 경청한 후 "오기 전에 서욱 국방부 장관, 공군참모총장과 통화했는데 공군이 맡으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공군이 지휘감독상 책임이 있는데 어떻게 (수사를 맡느냐)"며 "국방부 장관도 처음에는 안이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송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은 유가족들과 함께 시신 안치실을 찾아 조문하고 위로를 건넸다.
사건이 발생한 충남 서산 20전투비행단에 대해선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공군에 이 사건을 맡길 수 없다"고 지적한 뒤 "국방부 장관에게 얘기해서 오늘부로 (군검찰이) 모든 사건을 이첩받아 객관적으로 철저히 수사하고 어떤 은폐와 무마 의혹이 있었는지 한 점 의혹이 없도록 밝혀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위원들과 여성가족위원들이 모두 체크해서 여성 부사관의 내무반 상황, 숙소 관리,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의 처리 매뉴얼을 다 점검해서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을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군의 대응과 관련해선 "직접 유가족의 생생한 얘기를 듣지 않은 상태에서 공군 자체의, 자기들에게 맞는 보고만 들은 참모총장과 장관이 사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생생한 가족들의 얘기와 주변 상황이 보고체계에서 누락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이한 대응을 해선 안 된다"며 "공군경찰, 검찰의 보강으로 안 되고 아예 교체해서 국방부가 직접 조사하는 게 타당하며, 이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 동의해 (사건이) 이관됐다"고 덧붙였다.
서욱 국방부 장관, 이성용 공군참모총장 등 군 상층부까지도 책임을 물을 필요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것은 지금 논할 때가 아니다"라며 "실제 이를 근접거리에서 다루는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 이후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아깝고 소중한 대한민국 공군 중사를 잃었다는 아픔이 크다"며 "같이 책임을 지고 이 억울함을 풀어주고 제2의 이런 사태가 나오지 않도록 전반적 상황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송 대표에 앞서 장례식장을 찾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여군 관련 사건은 열이면 열이 다 성폭력"이라며 " 가해자를 살리기 위해 피해자를 죽이는 대한민국 군대는 더는 용납돼선 안 된다. 이번 기회에 가해자를 처벌해야 하고 관련자들의 책임도 물어야 하고 군 지휘부도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면담에는 송 대표를 비롯해 기동민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 정춘숙 여성가족위원장과 권인숙 간사, 박주민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장군 출신 김병주 의원과 이소영 대변인이 함께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ormati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