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 115.9%…3개월 연속 최고치
저렴한 값에 '내 집 마련'…주택 수요 경매시장으로 몰려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부동산 경매시장이 뜨겁다. 여름이 시작되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3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경매 관련 각종 지표들이 기존 기록을 갈아치웠다.
사상 유례없는 집값 상승과 전세난이 겹치면서 주택 수요가 부동산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집값 급등으로 매매 부담이 커지자 경매를 통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하는 주택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빌라 매물도 빠르게 소진되는 등 경매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갈수록 강해진 매수심리가 경매시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선 규제 완화와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앞세워 10년 만에 서울시장직에 복귀한 오세훈 시장의 재건축 규제 완화 발언에 더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세제와 대출 규제 완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겹치면서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한몫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집값 선행지표인 부동산 경매 낙찰가율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115.9%로 전월(113.8%) 대비 2.1%p(포인트) 상승하며 3개월 연속 역대 최고 낙찰가율을 경신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로, 높을수록 경매 입찰 경쟁이 치열한다는 의미다.
실제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신1차(전용면적 45㎡)는 지난달 17일 12명이 응찰해 4억1599만9999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2억6100만원의 1.6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매매 시장에서 가장 최근에 거래가 이뤄진 지난 2월 말 3억5500만원보다 6100만원이나 높은 금액이다.
수도권 부동산 경매시장도 비슷한 흐름이다. 경기와 인천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달 각각 110.5%, 106.7%를 기록했다. 경기는 9개월째, 인천은 4개월째 아파트 낙찰가율이 100%를 상회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 인기가 치솟으면서 낙찰가율은 지난달 역대 최고치인 111%를 기록했다. 실제 경기 오산시 가수동 가수주공(전용면적 39㎡)은 지난달 7일 42명이 응찰한 가운데 감정가 7800만원의 183%인 1억4270만원에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매매시장에서 지난달 14일 신고가인 1억4000만원에 거래된 것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낙찰됐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상승세를 멈추지 않는 아파트값 때문에 시세보다 낮은 감정가를 토대로 한 법원 경매를 통해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수요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경매로 주택을 매수하면 자금 조달계획서나 토지거래허가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투자자뿐 아니라 무주택자가 매물을 찾아 법원 경매시장으로 몰리면서 낙찰률과 응찰자 수가 증가하고, 낙찰가율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집값 급등으로 매입 부담이 커지면서 경매를 통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피한 곳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며 이번 주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5월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0.10% 상승하며 지난주 상승폭을 유지했다. 지난주 2·4대책 발표 이후 15주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0.1%대 상승을 이어간 것이다.
재건축 단지의 집값 상승세도 뚜렷하다. 지역별로 노원구가 0.21% 올라 7주 연속 서울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서 빠진 노원구는 상계동과 중계동 재건축 단지와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올랐다.
서초구(0.18%)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인근 지역인 반포·서초동 중심으로 상승세가 지속됐고, 송파구(0.16%)는 가락·문정동 위주로 신고가 거래됐다. 강남구(0.13%)는 도곡·개포동 중대형 위주로 오름세를 보였다. 양천구(0.10%)·영등포구(0.09%)는 목동 신시가지와 여의도 재건축 단지 위주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강남권은 재건축 단지 위주로, 강북권은 개발 호재 있는 노원·도봉구 위주로 오르며 지난주 상승폭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도 강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4.8로, 지난주(103.5)보다 1.3포인트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6주 연속 기준선(100)을 넘겨 상승했다. 이 지수가 기준치인 100이면 수요와 공급이 같은 수준이고, 200에 가까우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수는 2·4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 2월 둘째 주부터 내려가면서 4월 첫째 주 96.1로 올해 처음 기준선 아래를 기록했으나, 한 주 만에 반등해 6주 연속(100.3→101.1→102.7→103.7→103.5→104.8) 기준선을 넘기며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 급등에 따라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을 찾는 내 집 마련 수요가 경매시장에 몰리면서 당분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급불균형에 따른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내 집 마련 수요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경매시장으로 집중되고 있다"며 "아파트 경매 매물은 줄고, 수요가 늘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대책을 발표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집값이 다시 상승하는 부작용이 반복되면서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며 "단기간에 주택 공급이 늘지 않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택 수요가 경매시장에 몰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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