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대전 페이스북 계정에 도시락 사진 게재
부사관 찍은 남녀 장교 만남 사진 SNS 유포
최근 일선 장병들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코로나19 격리 장병들에 대한 부실 도시락 지급 문제를 폭로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장병들은 휴대전화로 도시락 내용물을 촬영해 누리소통망에 올렸다. 이후 부실한 음식을 제공한 지휘관을 비롯해 군 당국을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전남 상무대 보병학교에서는 휴일에 빈 초소에서 만남을 갖던 남녀 신임 소위의 사진이 누리소통망에 유포됐다. 해당 부대 부사관 등이 사진을 찍고 이를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밀히 따지면 두 사례 모두 규정 위반이다. 국방부 국방보안업무훈령과 '병사 휴대폰 사용 지침'에 따르면 군 장병은 부대 안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해서는 안 된다. 녹음도 금지된다.
장병들은 이미 우회로를 알고 있다. 일부 장병은 휴대전화를 2개 반입한 후 1개에는 보안 앱을 내려받고 나머지 1개에는 깔지 않는다. 앱이 없는 휴대전화로 자유롭게 촬영을 할 수 있다.
아이폰에서는 보안앱이 아예 작동하지 않는다. 아이폰을 가진 장병은 카메라 렌즈에 보안 스티커를 붙여야 하지만 사실상 관리가 어렵다.
지난해 6월 육군특수전사령부는 'SNS 내 군사자료 클리닝(Cleaning) 대회'를 열었다. 그 결과 237건이 삭제됐다.
삭제된 자료 대부분은 자기 과시 또는 외부소통 목적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찍은 훈련 사진과 부대 활동 사진이었다. 사진을 찍은 장병들은 '비밀이 아닌 군사자료는 촬영, 저장, 전송 및 SNS 상 게시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장병들이 휴대전화로 군사통제구역과 특정 지역에서 훈련하는 모습 또는 주요 장비를 촬영해 자랑하듯이 게시함으로써 은연중에 비밀이 누설될 수 있다. 군 관련 앱으로 가장한 스파이 앱이 휴대전화에 실행되면 부대 사진과 영상이 유출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아울러 무절제한 사진 촬영·유포는 군인 사생활 침해는 물론 간부와 병사, 장교와 부사관 간 폭로전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군 당국으로서는 보안과 부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부대 안 사진 촬영을 차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도시락 폭로 사태 때 국방부는 휴대전화 사용이 장병 인권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국방부는 익명 제보를 권장하기 위해 휴대전화 기반 별도 창구까지 새로 만들 계획이다. 이 같은 휴대전화 사용 권장 분위기 속에 부대 내 사진 촬영 금지 규정까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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