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무더기 퇴출 현실화되나

기사등록 2021/05/23 05:00:00

검증 통과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소수 전망

[서울=뉴시스] 최선윤 기자 = 시중은행들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하면서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 반드시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하는 거래소들에 비상이 걸렸다. 늦어도 9월까지 은행들을 통해 수백곳에 달하는 거래소들이 고객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집단폐쇄는 불가피 할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을 대신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검증하는 역할을 맡게 된 시중은행들은 거래소 임직원의 사기·횡령 이력 등 전반적인 거래소 평판을 깐깐히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은행들은 늦어도 9월까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실명계좌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은행연합회에서 제시한 '가상자산사업자(암호화폐 거래소) 자금세탁방지 위험평가 방안'을 기준으로 자체적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전달한 방안에 따르면 이들 은행들은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발급을 결정하기 위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여부와 금융관련법률 위반 이력, 다크코인 취급 여부 등 10개 항목의 법적 요건을 점검해야 한다.

또 대표자와 임직원의 횡령·사기 연루 이력과 외부해킹 발생 이력, 신용등급, 당기순손실 지속 여부, 영업정지 이력 등 사업연속성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6개 항목의 기타요건을 확인해야 한다.

은행들은 이와 함께 자금세탁에 이용될 위험과 내부통제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고유위험 16개 항목과 통제 위험 87개 항목에 대해서도 정량평가를 진행할 전망이다.

고유위험 항목에는 ▲국가위험 ▲상품·서비스의 위험 ▲고위험 고객 관련 위험 ▲가상자산사업의 내재위험 ▲가상자산사업자의 평판위험 등이 포함됐다. 통제위험 항목에는 ▲내부통제체계 ▲독립적 감사체계 ▲고객확인 충실도 ▲고객 위험평가 충실도 ▲요주의 필터링 충실도 등의 내용이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검증을 통과할 수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은행들이 은행연합회에서 제시한 것보다 더욱 강화된 자체 암호화폐 거래소 평가기준을 만들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맺고 있는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은행연합회가 제시한 것보다 더 강화된 암호화폐 거래소 평가기준이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암호화폐 거래소 평가기준이 매우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오는 9월 대규모 거래소 폐쇄 사태가 현실화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운영되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중 ISMS 인증을 확보했거나 신청한 곳은 39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ISMS 인증은 특금법상 거래소가 사업자 신고 시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 받으려면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할 요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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