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프랑스 사회과학계는 1970년대 말부터 인류학에서 정체성을 다루기 시작했다. 2000년대부터 '정체성'의 단어는 프랑스 인문사회과학의 모든 분야를 관통하는 공통 주제가 됐다.
반면, 1980년대 정체성의 정치적 용법이 미국 좌파에서 등장했을 때 그것은 인종 차별과 성차별 반대의 소수자 수호 운동에서 시작됐다.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는 정체성에 대해 저자 나탈리 하이니히는 그 윤곽을 정체성이 '아닌 것'으로 잡으려 한다.
정체성은 기억과 경험에 근거한 구성물이기에 사물처럼 관찰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체성이 환상인 것도 아니다. 정체성은 유사성이나 차이에서 구성되지 않으며, 일원적이지도, 그렇다고 이원적이지도 않다. 정체성의 위기가 없다면 정체성의 감정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정체성의 혼란은 극복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저자는 정치와 철학의 관점에서 잘못 사용하는 정체성 개념을 비판하고, 인류학, 사회학, 사회심리학, 역사학, 민속학과 같이 다양한 학문영역에서 생산된 정체성의 의미를 종합 정리하여, 정체성이 아닌 것에서 정체성의 구성 논리를 제시한다. 임지영 옮김, 190쪽, 산지니,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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