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업간 백신 생산 계약·MOU 잇따를 전망
삼성바이오,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여부 주목
SK바이오, 노바백스 백신 계약 연장 가능성도
전문가 "韓 백신 허브 가능…생산 능력·기술 갖춰"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우리 시간으로 22일 새벽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코로나19 백신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방미를 '글로벌 백신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힌 만큼 백신 확보와 국내 생산 계약 등의 성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우리 기업들은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 기간 동안 모더나와 노바백스 등 미국 제약사를 상대로 다수의 백신관련 계약과 양해각서 체결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생산이다. 이번 방미에는 백신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도 동행한다.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요한 백신 제조국이며, 백신의 글로벌 공급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발언은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생산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이번 방미를 계기로 우리나라를 백신 생산의 아시아 허브 국가로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번 방미를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특히 모더나와 같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의 국내 생산이 성사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출시하고 있는 기업은 모더나와 화이자가 유일하다.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은 미국과 유럽의 극히 일부 시설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와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한 언론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 공장에서 모더나 백신의 최종 병입 단계 생산을 맡기로 사실상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인천 송도 3공장에 화이자 백신 생산을 위한 설비를 깔고 있어, 8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수 있으며 연간 최소 10억 회분(5억 명분) 이상 생산할 예정이라는 내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지난 12일 화이자 백신 위탁 생산 보도가 나왔을 때는 "사실이 아니다"고 전면 부인했지만, 모더나 백신 관련 보도에는 "현재 확정된 바 없어 확인이 불가하다"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삼성바이로로직스의 반응은 지난 12일 화이자 백신 위탁 생산 보도 때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던 것과 다소 차이가 있다.
모더나 백신은 지금까지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중 감염 예방 효과도 화이자와 함께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이 백신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공장과 세계적인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업체인 스위스 론자에서만 생산했다. 국내 기업과 위탁생산계약을 체결한다면 mRNA 백신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첫 사례가 된다.
모더나 백신의 국내 생산이 성사된다면 국내 백신 공급에 숨통이 트이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가 아시아 백신 허브로 발돋움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노바백스와 체결한 계약이 연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월 노바백스와 기술 도입(라이센스 인, license-in) 계약을 체결했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이 해외 백신 개발 기업과 체결한 계약은 모두 위탁생산 계약이어서 공급과 판매에 대한 권한이 우리에게 없었다.
하지만 라이센스 인 계약은 생산 일정과 공급처를 생산자가 결정할 수 있어 국내 공급에 더 큰 도움이 된다. 또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물량을 해외에 수출할 수도 있어 '백신 허브' 구상에도 더 유용한 계약 방식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문 대통령과 스탠리 에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의 면담 이후 노바백스의 라이센스 인 계약을 내년까지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와 관련한 업무협약이 체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계약이라는 것은 당사자가 서명을 하기 전까지는 내용을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논의가 됐던 라이센스 인 계약 연장이나 추가적인 국내 공급에 대한 부분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아시아 백신 허브 구상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이날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토머스 번 회장과 온라인 대담에서 '한국이 짧은 시간 내에 코로나19 백신의 아시아 제조 허브가 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갖췄느냐'는 질문을 받고 "짧게 말하면 그렇다"고 답했다.
김 사무총장은 "한국은 자신들의 백신 산업을 발전시키기 시작했고 안동과 화성에 다른 종류의 백신을 생산하는 시설을 갖추기 위해 3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한국의 바이오 기술 기업들은 매우 빠르게 아주 고품질의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고, 생산 기술을 갖고 있다. 한국은 아주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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