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대법, 성폭력 사건 유죄 판결만 한다"

기사등록 2021/05/18 18:26:44

장창국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내부망 글

"성폭력 사건 담당하는 1심·2심 아우성"

[서울=뉴시스]대법원.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현직 부장판사가 대법원이 성폭력 사건을 심리하면서 하급심의 무죄 판단을 존중하지 않고 유죄 판결만 내린다는 취지의 비판글을 올렸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장창국(54·사법연수원 32기)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에 '대법원 스스로 일을 줄여야 합니다. 특히 성폭력 사건은 아예 단심제로 하든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장 부장판사는 "대법원 상고 사건이 많다고 '상고심 제도, 이래도 좋은가?' 등과 같은 주제로 숱하게 토론회를 하는데 대법원에서 스스로 일을 만들면서 아우성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대법원이 소송법에 정해진 상고이유를 넘어 사실 인정 문제까지 자꾸 건드리니 그러는 것 아닐까(생각한다)"고 적었다.

장 부장판사는 "특히 성폭력 사건을 담당하는 1심, 2심은 아우성"이라며 "무죄 판결해봤자 대법원에서 파기된다. 대법원이 '유죄 판결 법원'이 됐다는 자조가 난무한다"고 지적했다.

장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사실 인정 문제를 자꾸 건드리면 1심과 2심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사실 인정 문제에 관한 대법관님들의 생각이 옳다는 믿음을 잠깐 내려놓으시고 하급심 판사들을 믿으라. 대법원에서 생각하는 경험칙과 실제 세상의 경험칙이 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피고인과 증인, 당사자를 직접 만나 그동안 억울한 호소와 눈물, 표정을 본 판사와 그렇지 않고 조서를 비롯한 소송기록만 보는 판사가 있다면 누구의 의견을 더 존중해야 하겠느냐"며 "대법원이 상고이유에 해당하는지만, 그리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 지켜졌는지만 심리하는 것이 하급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대법원의 일도 줄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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