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100일]③부양책 올인…부자 증세로 3차 돈 풀기 시동

기사등록 2021/04/29 05:02:00 최종수정 2021/04/29 16:37:24

美, 지난해 3월부터 5조6000억달러 돈 풀기

바이든, 수조달러 규모 인프라법안 2개 시동

IMF, 美 성장률 6.4%로 1.3% 포인트 상향 조정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1월20일(현지시간) 미 의회 의사당 취임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2021.04.27.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제 성적표는 일단 합격점이다.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전례 없는 돈 풀기로 코로나19 경제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美, 세계 성장 주역 전망…전문가 "붐 즐기라"
많은 전문가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의 주역은 미국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4%로 1.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현실화한다면 1984년 이후 최고치다. 이 같은 낙관적인 전망의 주요한 근거는 초대형 경기 부양책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및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을 지낸 경제학자 앨런 블라인더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21일자로 기고한 글에서 "바이든 붐(Biden boom)"이란 표현을 썼다.

블라인더는 부양책 덕에 국내총생산(GDP) 감소에도 실질 개인 가처분소득이 증가했다는 데 주목했다. 지난해 미국의 저축률은 전년 대비 8.8%포인트 오른 16.3%를 기록했다. 초과 저축액은 1조4000억달러다. 늘어난 가계 여윳돈은 경기 회복기 소비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는 물가상승, 치솟는 국가 부채 등 우려가 나오지만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면서 "바이든 붐을 즐기라"고 밝혔다.
[뉴욕=AP/뉴시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거리를 걷는 사람들. 2021.04.27.
총 2조달러 넘는 인프라법 시동…부유층 겨냥 증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인당 최대 1400달러를 주는 1조9000억달러(2100조원) 규모 코로나19 구제법안에 서명했다. 직전에 지급된 600달러와 합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2000달러 현금지원' 공약이 달성됐다.

미국이 지난해 3월 팬데믹(전 세계적인 유행병) 사태 이후 지금까지 시행한 부양책 규모는 총 5조6000억달러로, 2020회계연도 연방예산인 4조7900억달러를 웃돈다.

더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은 2개의 초대형 인프라 투자법안에 시동을 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8년에 걸쳐 2조2500억달러(약 2500조원)를 투입하는 인프라·일자리 법안을 공개했다. 이 법은 도로, 대중교통, 항만, 및 전기차 개발 같은 교통 인프라에 6210억달러, 노인 및 장애인 지원에 4000억달러, 식수 인프라 개선에 3000억달러를 배정한다.

법안에 따르면 재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5%에서 21%로 낮췄던 법인세율을 다시 28%로 올려 마련한다. 브라이언 디스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회의(NEC) 위원장은 상위 0.3% 초부유층에 대한 자본이득세 인상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상원 공화당 중진들은 22일 4분의 1 규모인 5680억달러 투자안을 역제안했다. 이 법은 노인 및 장애인 등 취약계층 돌봄 비용은 빼고 물리적 기반시설에 초점을 맞췄다.

원안에 비하면 대폭 줄었지만, 2015년 버락 오바마 정권 당시 초당적으로 의회를 통과한 3050억달러 규모 교통 인프라 법안보다는 규모가 크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타협하기엔 적은 액수이기도 하다. 미국 매체 복스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인프라는 단지 도로와 다리만이 아니다. 미국이 기후변화에 대해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방식으로 대처하는 마지막 희망"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열린 국제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 순배출 0)를 이루겠다는 선거 공약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의회 연설에서 보육·교육 지원을 골자로 하는 1조8000억달러 규모 '미국 가족 계획'을 추가 공개했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을) 외국에 보낼 만큼 충분히 보유하진 않았다"라며 해외 공유에 선을 그으면서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백신을 어떻게 할지는 살피고 있다"라고 향후 공유 가능성은 열어뒀다. 2021.04.27.
공화당, 증세 결사반대…초당적 의회 통과 난관
바이든 대통령의 돈 풀기를 둘러싼 여론은 지지 쪽이 우세하다고 보인다. NBC뉴스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17~20일 조사한 결과(오차범위 ±3.1%포인트) 응답자의 46%가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19 구제법안이 좋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나쁘다(bad idea)'는 평가는 25%에 그쳤다. 인프라 투자 구상도 59%의 지지를 얻었으며,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21%였다. 

다만 공화당이 증세와 추가 재정지출에 반대하고 있어 의회 문턱을 넘기는 순탄치 않다고 예상된다. 상원 의석을 공화당과 50대 50으로 양분하고 있는 민주당은 과반 동의만으로 예산법안 처리가 가능한 조정권 발동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당 전원 동의에 상원의장을 겸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가세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 중도파인 조 맨친 상원의원은 이미 공화당의 소규모 인프라법에 찬성하면서 조정권 발동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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