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자 자가격리 면제 검토...의료계, 시기 두고 의견분분

기사등록 2021/04/27 15:25:47

정부, 백신 접종률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 취지

의료계 "일단 집단면역 형성된 후", "2회 접종 후"

"접종률 낮아 천천히 시행해야" 등 시행 시기 이견

[뉴욕=AP/뉴시스]미국 뉴욕주의 코로나19 '엑셀시어 여권'(Excelsior Pass) 앱. 이 디지털 여권은 코로나19 감염 및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2021.03.29.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백신을 맞은 사람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이른바 '백신 여권'을 발급하고 이를 소지한 이들에게 해외 출입국 시 자가격리 의무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선 시행 시기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백신 접종자 자가격리 면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지난 26일 "코로나19 백신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정부는 올여름 일반 국민의 접종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마치신 분들이 좀 더 자유로운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전자예방접종증명서를 활용해 확진자 접촉 및 출입국 시 자가격리 의무 면제를 포함한 방역조치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백신 접종자 자가격리 면제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지만, 시행 시기를 두고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을 접종해도 감염될 수 있고, 무증상 감염자도 꽤 있어 일단 가을에 집단면역이 형성된 다음에 백신 접종자에 대한 자가격리 면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20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친 8700만 명을 대상으로 통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백신 접종 이후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집계된 인원은 총 7157명이다. 이는 전체 접종자의 0.01%에 불과하지만, 통계에 누락된 사례들도 있을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증상별로 보면 무증상 환자가 31%를 차지했다.

천 교수는 "인도도 지난해 9월 하루 10만 명에 육박하던 신규 환자 수가 만 명대 초반까지 줄었다가 방역 태세가 해이해지자 폭발적으로 늘었지 않느냐"며 "변이 바이러스도 계속 나오고 있고, (방역조치 완화는)너무 이르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26일 35만 명을 넘어서면서 6일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영국형·남아프리카공화국형·브라질형·인도발 등 변이 바이러스도 끊이지 않고 출현하고 있다.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전이라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친 사람에 한해 자가격리 의무를 면제하는 방안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2회 접종을 마친 사람에 대한 자가격리 면제를 조심스럽게 검토해 봐도 되는 시점"이라면서 "자가격리 면제는 결국 백신접종의 수용성(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집단면역에 도달하더라도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감염이 발생하는 '돌파감염'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27일 기준 화이자 백신 1·2차 접종을 모두 마친 사람은 12만6503명이다. 아스트라제네카(AZ)백신은 1차 접종만 이뤄진 상태로, 접종자 수는 137만841명이다. 정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2차 접종 시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는데, 국내 접종 데이터가 쌓이고 나면 충분히 (자가격리 면제를)검토해볼 만하다"고 했다.

접종률이 낮고 백신의 면역 지속기간도 명확히 알 수 없는 현 상황에서 방역조치를 완화하는 것은 "도박"이라며 "천천히 시행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추진단에 따르면 27일 0시 기준 국내 1차 접종자는 240만 9975명으로, 전체 인구의 4.6% 수준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접종률이 높은 상태에서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감염자 수가 적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집단감염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접종률을 높이겠다고 방역조치를 완화하는 것은 도박이다"고 지적했다. 마 부회장은 "현재 접종 효과(면역 지속기간)가 90% 이상인 백신들도 있지만, 3개월 후엔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보수적으로 천천히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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