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비 40대, 1주 진료비만 400만원 호소
당국, 5월에야 보상 심의…최대 120일 소요
"피해보상 심의 전이라도 진료비 지원 필요"
"흔한 사례 아냐…중증이면 정부 지원 필요"
"신속한 심의·보상 뒤따라야 접종률 올라가"
"이상반응 심의 다수…인력·체계 검토해야"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급성 파종성 뇌 척수염이 의심되는 40대 간호조무사의 진료비가 일주일에만 4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피해 보상 심의 전에라도 진료비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접종 후 이상반응 관련 진료비 지원이 명확해야만 접종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22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오는 23일 예방접종 피해 조사반은 40대 간호조무사 사례를 포함한 이상반응과 접종 간 인과성에 대해 심의한다.
앞서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이후 사지마비가 온 간호조무사의 남편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간호조무사인 아내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한 뒤 사지가 마비됐고 일주일에 치료비와 간병비가 400만원씩 나오지만 피해 보상 심사 기간이 120일이 소요돼 서민이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청원자는 질병관리청과 지자체에서 관련 민원을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예방접종피해 국가보상 절차를 보면 보건소를 거쳐 시·도 지자체에서 보상 신청이 접수되면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피해조사반에서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판단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는 보상 여부를 결정한다.
예방접종피해조사반 회의는 매주 금요일에 열린다. 지자체에서 이번 사지마비 환자의 보상 신청을 20일에 접수했기 때문에 오는 23일 인과성 검토가 진행된다.
심의 기한은 보상 신청이 있는 날로부터 120일 이내이지만 이는 제한 기간이어서 심의 속도에 따라 120일 이전에도 보상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사지마비 사례처럼 접종 후 당장 중증의 증상이 발현하면 치료와 검사 등 진료비로 고액이 필요해 심의 결과가 나오기 전 접종자와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이 생긴다.
방역당국은 이달 말까지 서류를 구비해 보상 신청이 접수되면 5월에야 보상 심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사례가 알려지자 청와대는 지난 2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의학적 인과 관계 규명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와 별도로 치료비 지원 등 정부의 지원 제도에 따라 할 수 있는 조치들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고액의 진료비가 소요되는 사례는 심의가 나오기 전에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뇌 척수염의 경우 MRI(자기공명영상법) 촬영도 해야 하는데, 진료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라며 "이런 사례가 흔하지는 않을 것이라 정부가 진료비를 먼저 지급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처럼 접종 후 진료비 문제를 확실히 매듭을 지어야 접종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당국은 접종 위험보다 이득이 더 크다는 논리를 펴지만, 개개인의 국민은 위험을 무릅쓰고 접종을 하는 셈"이라며 "지금 접종률이 3%인데, 앞으로 이 같은 사례는 더 나올 거다. 신속한 심의와 보상이 뒤따라야 접종률을 올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피해 보상 속도를 높이려면 현재의 심의 시스템의 개편·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상반응 심사와 보상 심사가 별도로 돌아가고 있는데, 이상반응 심의 건수가 소화하기 어려울 만큼 늘어나다 보니 보상 심의도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라며 "지금의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평상시 예방접종 시스템이다. 평가 체계와 인력 풀(Pool)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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