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힘든 플라스틱 재질 other를 '아들'에 빗대
논란일자 삭제 후 사과문 게재 "게시물 발행 잘못"
환경운동연합 측은 해당 게시물 제작을 반성하고, 성인지·인권 감수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9일 시민운동단체 등에 따르면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8일 공식 SNS에 플라스틱 재활용법을 알려주는 그림 게시물을 올렸다.
해당 그림은 남자아이의 부모가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법을 알려주는 '훌라수택 도령'에게 자녀인 남자아이에 대해 질문하는 장면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남자아이의 아버지는 훌라수택 도령에게 "우리집 아덜(other)은 쓰레기가 되는 건가요?"라고 묻자 훌라스택 도령은 "그렇소, 태생부터 그리 정해져 있었소"라고 답하는 장면이다.
남자아이 부모는 각각 PS(폴리스티렌), PP(폴리프로필렌)라 써진 머리띠를 하고 있다. 반면 벽 앞에 부모와 등 돌리고 앉아 크게 실망한 듯한 남자아이의 머리 위에는 'other'라고 쓰여 있다.
PE(폴리에틸렌), PET(페트)처럼 PS, PP는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재질이다. 반면 other라 쓰인 플라스틱 재질은 다른 재질이 섞여 있거나 종이, 금속 등이 코팅된 복합재질이라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하거나 매립된다.
즉, 영어 단어 other를 '아덜'로 표시하고, 이를 비슷한 음인 아들과 연결지어 표현해 아들을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로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 나온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이 그림과 함께 올린 게시글에는 "재활용의 간절한 희망을 담아 분리수거를 했을 그대들의 갸륵한 심성, 소생은 충분히 헤아리네"라며 "허나, 아덜(other) 운명은 본디 쓰레기통으로 정해진 것을 내 어찌할 도리가 없네"라고 쓰여 있었다.
이어 "동일한 무리들이 합치된다면 재활용의 힘을 빌어 능히 새것으로 환생할 수 있지. 그러나 태생이 다른 무리들과 모이면 바로 요단강을 건너게 되는 법이네"라며 "이렇게 각양각색 무리가 모인 것이 바로 아덜이라 불리는 것들이오"라며
그러면서 "금일 이후로는 아덜을 만드는 일도, 쓰는 일도 다시는 없어야 하오"라며 "백성들도 물건을 사기 전에 필히 아덜 표시를 확인하길 내 간곡히 바라오"라고 마무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사과문에서 "젠더 혐오와 갈등, 아동·청소년 혐오의 문제가 한국 사회의 심각한 모순임에도 불구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채 오히려 혐오 인식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게시물을 발행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단체의 성인지·인권 감수성을 제고하고 환경운동연합 이름으로 제작하고 발표하는 모든 콘텐츠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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