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발생 20주년에 맞춰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완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가장 오랜 전쟁인 아프간전으로부터 미군의 철수 일정을 밝히는 대국민 연설 발췌문에서 미국은 난관에 봉착한 전쟁에 자원을 계속 투입할 수 없으며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연설을 앞두고 오전에 발췌문을 미리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결과를 기대하거나, 철군을 위한 이상적인 여건이 조성되기를 바라며 (미군의)아프간 주둔을 연장하거나 확대하는 사이클을 더이상 계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이 아프간에 주둔하기 시작한 이후 내가 4번째 미 대통령이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2명,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2명씩이다. 5번째 대통령에게 책임을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에 앞서 기존 5월이었던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 일정을 9월로 연기, 9·11 테러 20주기에 맞춰 철군을 완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익명의 고위 행정부 당국자 명의로 진행한 브리핑에서 아프간 철군 일정을 두고 "5월1일 전에 잔여 병력의 질서 있는 감축을 시작하고, 9·11 20주기 전에 모든 미국 병력을 빼낼 것"이라고 밝혔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탈레반의 폭력 행위 축소를 전제로 5월 전 아프간 전면 철군을 약속했었다. 해외 주둔 미군 철수를 중시해온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재임 기간 이 지역 주둔 미군을 기존 1만5000여 명에서 차차 줄여왔다.
현재 아프간에 남은 미군 병력은 250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동맹과의 협의를 거론하며 아프간 철군에 신중한 태도를 취해 왔다. '5월1일' 데드라인을 맞추기 어렵다고도 공개 발언했었다.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철저한 정책 검토 끝에 아프간에서 잔여 미국 병력을 철수시키고 그곳에서 20년 동안 진행한 미국의 전쟁을 끝내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또 "아프간에서 제기되는 미국 국토를 향한 위협은 현지에 군사 주둔을 계속하지 않고도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한다"라며 이번 결정을 "미국의 이익을 향상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자평했다.
아프간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더라도 내부적인 정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게 이 당국자의 주장이다. 이 당국자는 "(아프간 현지에서) 우리 군사 작전을 끝내는 동시에 현재 진행 중인 평화 프로세스를 외교적으로 지원하는 데 집중한다"라고 했다.
행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아프간 정부와 계속 깊이 관계를 맺을 것"이라며 아프간 국민에게 최선의 결과가 돌아갈 수 있도록 외교적 절차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아프간 여성 보호를 위해 다른 국가와 협력해 외교적, 경제적,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겠다고도 했다.
아프간은 탈레반 집권 전까지는 여성의 사회활동이 다른 이슬람 국가보다 활발한 편이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탈레반 집권 후 여성의 사회활동을 금지하고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조치로 여성 인권이 급격히 후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철군을 감행하지만 테러 위협에도 계속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게 행정부 입장이다. 행정부 당국자는 "아프간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테러리스트의 기지가 되지 않도록 계속 끈질긴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아프간 파트너, 그리고 다른 동맹국과의 협력으로 대테러 역량을 재배치할 것"이라며 "알카에다가 다시는 미국 또는 미국의 이익, 동맹을 위협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약속을 탈레반이 지키게 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4일 철군 일정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행정부 당국자는 바이든 팀이 이번 결정과 관련해 내각과 의회, 아프간 정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과 협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나토 동맹국 회의를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이다. 현재 아프간에 주둔한 나토 연합군은 7000명 수준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