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CNN 수석 특파원인 클라리사 와드가 지난달 31일 미얀마 군부의 호위 하에 현장 취재를 시작한 가운데 쿠데타에 반대하는 미얀마 시민들은 와드가 방문한 장소에서 군부에 항의하고 미얀마 현실을 알리기 위해 냄비를 두드렸다.
미얀마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해온 군부의 탄압 관련 사진과 동영상에 기존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WhatsHappeningInMyanmar)'은 물론 'CNN은 속지마라(CNN don't get fooled)', '클라리사 와드' 등의 해시태그를 추가하고 있다. 와드가 미얀마 현실을 잘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1일 로이터통신과 프런티어 미얀마, SNS 등에 따르면 와드는 전날 미얀마 군부의 허가를 받아 현장 취재에 돌입했다. 와드는 한국발 미얀마행 항공편을 이용해 미얀마에 입국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지난달 31일 와드가 군부 호위요원이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양곤 시내를 지나가자 건물 발코니로 나와 냄비를 두드리며 군부에 대한 저항을 표출했다.
워드는 SNS에 올린 게시물에서 "전화가가 소리를 잘 잡아내지 못했지만 중무장한 호송차가 지나갈 때 사람들이 솥과 냄비를 쾅쾅 두들겼다"고 전했다.
프런티어 미얀마는 엄중한 호위를 받는 와드가 양곤의 현실을 보지 못할 수 있다고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타전했다. 로이터도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CNN이 잘못된 증거를 보여주고 미얀마가 일상으로 되돌아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자국 언론에 쿠데타를 쿠데타로 표현하거나 군사정부를 군사정부로 묘사하는 것을 금지했다. 쿠데타 반대 시위를 보도해온 미얀마 나우 등 독립 언론사들의 면허가 취소됐고 기자 수십명이 구금됐다. 일부 관영 매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언론사가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미얀마 군부 대변인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CNN도 워드가 미얀마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미얀마 군부가 고용한 이스라엘계 캐나다인 로비스트 아리 벤-메나쉬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내가 CNN의 방문을 주선했다"며 "CNN은 원하는 바대로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호송대는 지난달 파괴된 공장과 관리들을 인터뷰하는 CNN 특파원을 호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벤-메나쉬는 "우리는 그들이 보도하는 것이 좋든 나쁘든 모두 가서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보도된 것은 정말 말이 되지 않는다"고 군부를 옹호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CNN은 속지마라', '클라리사 와드' 등의 해시태그를 붙여 군부의 탄압 관련 사진과 동영상, 진술을 공유하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산산은 자신의 계정에 "와드가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자 하는 군부에 의해 거짓 증거를 보여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우리는 오후 1시에 우리 모두가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고 우리는 괜찮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솥과 냄비를 두드렸다"고 했다.
트위터 이용자 준 킨은 "내가 아는 바로는 오늘 현재까지 사망자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며 "군중에게 난폭하게 굴지 말라는 지시가 담긴 미확인 기밀문서도 유출됐다. 이게 좋은 면을 보여주는 것과 관련이 있다면 CNN팀이 우리가 이길 때까지 남아서 더 이상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또다른 이용자 한 유리는 "군부 테러리스트들이 도로에서 총을 쏘며 시민들에게 거리로 나가지 말라고 협박하고 있다"며 "군부 테러리스트들은 미얀마의 실제 상황을 조사하는 와드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반군부 단체인 밀크티 동맹 미얀마는 "우리는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이미 550명의 사상자를 냈다. 80분당 1명 꼴이다"며 "이는 끔찍하고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ronn108@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