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투기 의혹 경찰 압수수색..'뒤숭숭한' 공직사회

기사등록 2021/04/01 11:56:51

경찰, 광명·시흥에 이어 31일 군포시청 압수수색

"공무원 전체 투기 집단으로 매도되는 것 같아 착잡"

'땅 한 평 없어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나"라며 '웃픈' 심정도

[군포=뉴시스] 김종택기자 =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가 31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청에서 과장급 공무원 A씨의 투기 혐의와 관련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을 옮기고 있다. 2021.03.31.jtk@newsis.com

[군포·광명=뉴시스] 박석희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경찰이 연일 관련자 소환 조사와 함께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지난 31일 간부 공무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경기 군포시청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경찰은 시청과 해당 공무원의 자택 등 6곳에서 8시간여 동안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관들이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자 직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제출할 자료를 찾는 등 경찰 수사에 협조 했다.

하지만 공직자들은 시의 모든 공무원에 대한 자체 조사와 함께 경찰의 압수수색 등이 이어지자 영장 집행에 협조하면서도 “공무원 전체가 투기 집단으로 매도되는 것 같아 착잡하다”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이날 군포시청 사무실 전체는 하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상당수의 직원들은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건축과 앞 등에 기자들이 진을 친 모습을 보고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일부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해 보며 관련 소식을 공유하는 모습이 눈에 띠기도 했다. 일부 직원들은 압수수색이 오후 5시 넘어서까지 이어지자, “뭐 압수수색이 이렇게 길어지느냐”고 볼멘 소리도 냈다.

이와 함께 그는 '땅 한 평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라며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연차가 낮은 젊은 직원들은 박탈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직원은 "간부급 직원이 어떤 경로로 개발 예정 부지를 샀는지 모르겠지만, 신입 공무원들은 아파트 특별공급 자격도 없는데…박탈감마저 든다"라며 "공무원 전체가 투기 집단으로 매도되는 것 같아 착잡하다"라고 토로했다.

또 이에 앞서 지난달 15일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광명시청 일부 공무원도 허탈감과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한 직원은 “요즈음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이 행정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시가 며칠간에 걸쳐 자체적으로 조사를 한데 이어 경찰의 장시간 압수수색에 대해 이게 뭔가 싶다”라며 "시민들로부터 공직자는 ‘투기집단’이라는 오명이 씌어질까 두렵다”라고 덧붙였다.

시흥시청 공무원들 역시 비슷한 심정을 나타냈다. 한 직원은 "마치 공직자 모두가 투기에 연루된 것 같아 마음이 한 구석이 편치 않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불법 투기는 공직자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31일 군포시청 압수수색에서 대야미공공주택지구 개발계획과 관련한 컴퓨터 저장장치, 전자문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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