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암·치매' 혼탁한 선거 막말…2030 "투표 고민중"

기사등록 2021/03/31 08:32:31 최종수정 2021/03/31 10:29:47

'환자', '쓰레기'까지…선 넘은 정치발언

과도한 네거티브가 정치인 비호감 키워

체념한 청년 "투표하러 갈 생각도 없어"

2030세대가 고민하는 이슈 부각시켜야

[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뉴시스DB)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쏟아내는 막말에 청년 세대들이 '선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2030' 세대 투표율에 영향을 줄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보궐선거 투표일이 임박하면서 정치권의 네거티브 공세 수위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부 후보들의 발언은 위험수위를 오가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발언도 그런 사례로 꼽힌다. 김 후보는 "부산은 3기 암환자 같은 신세"라고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다.

같은 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역시 과거 문 대통령을 '중증 치매환자'에 빗대었던 표현을 다시 소환하며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 하나"라고 말했다.

하루 뒤인 27일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 후보를 겨냥해 "쓰레기"라고 표현을 써 논란을 일으켰다.

거친 언사를 동반한 네거티브 선거전에 청년들은 정치권을 향해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존에 누적되어있던 반감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서울에 거주하는 조모(32)씨는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안 좋은 사건은 터지니까 정치인들은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면서 "그런 게 기저에 깔려 있는 상태에서 막말까지 하니까 더 비호감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너무 흑색선전이 많다. 내가 잘나서 뽑혀야 한다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이 못돼서 내가 돼야 한다 이렇게 노선을 잡는다"고 비판했다.

청년 세대는 상호 비난이 아닌 공약 중심의 선거전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김모(28)씨는 "지자체장 선거가 국회의원 선거보다 내 삶에 변화를 많이 가져올텐데 일상에 밀착한 공약을 내세우는 사람이 없고 일차원적인 비방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 서울시를 위해서 뭘 하겠다는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서울 시민 김모(27)씨도 "인간의 바닥이 드러나는 게 정치인 것 같다"며 "현실성 있는 공약이나 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진 지난해 4월26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서 여야 의원을 비롯한 보좌진 및 당직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2019.04.26. yes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10년간 투표율을 보면 2030세대의 투표율은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통틀어 오름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세대보다 증가할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

가장 최근 있었던 선거인 21대 총선에서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은 각각 58.7%, 57.1%로 나타났다. 8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60% 이상의 투표율을 보인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인 것이다. 같은 선거에서 40대는 63.5%, 50대는 71.2%, 60대는 80%의 투표율을 보였다.

투표 독려가 필요한 상황에서 과격한 말싸움은 오히려 청년이 정치 참여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는 우려가 크다. 반복되는 논란에 정치에 대한 관심 자체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씨는 "선거라는 게 인성이 좋아보여서 찍을 수도 있는 건데 그것마저도 기대되는 사람이 없다"며 "솔직히 아직까지 투표를 하러 갈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 시민인 최모(27)씨는 "논리에 의한 싸움이 아니라 인신공격처럼 서로 깎아내리니까 저게 뭐하는 건가 싶다"며 "정치 기사를 봐도 영양가 있는 얘기를 하는 것 같지 않아 이젠 잘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표를 해야한다는 의무감은 있는데 아직 누굴 뽑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막말이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정치 풍조가 되어버렸다"며 "청년들이 정치적으로 무관심해 보이는 듯한 현상을 촉발시킨 건 기존 정치인들"이라고 보았다.

이어 "하지만 그것 때문에 정치를 안보겠다고 하는 건 약간 핑계처럼 보인다"면서 "청년들도 스스로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며 기존과는 다른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선거에서 청년들이 고민하는 이슈가 실종되어있다"면서 "청년층 투표율을 높이려면 교육문제 또는 실업문제 등의 이슈를 부각시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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