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호랑이' 국민연금, 반대한 주총 안건 모두 통과

기사등록 2021/03/30 15:53:28 최종수정 2021/03/30 15:56:49

대한항공·우리금융 등 반대 딛고 통과

국민연금이 밀어준 주요 안건도 '부결'

【전주=뉴시스】전북 전주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2018.10.23.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국민연금이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대한 주요 안건들이 모두 통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를 도입하고도 주주총회에서 위력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조원태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안, 우리금융 사외이사 선임안 등의 안건에 반대했으나 모두 주주총회에서 통과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26일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상정해 가결했다.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으나 통과됐다.

또 국민연금은 우리금융 사외이사 재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졌으나 원안대로 승인됐다. 이외에도 국민연금은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찬성했으나 찬성률 52.7%를 얻으며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한국타이어 지분 8.66%를 보유해 조현범 사장 이사 재선임안에 반대했지만 소액주주들이 조현범 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들 안건은 모두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관련 주요 안건을 다루는 기구인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에서 결정된 사안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곤란해 수탁위에 요청하거나 수탁위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수탁위에 회부할 것을 요구하는 사안의 경우 수탁위에서 의결권 행사방향을 결정한다.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등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주주총회에서 위력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반대한 안건 중 부결된 건수는 23개다. 이중 5건은 의결 정족수 부족, 출석주주 과반수 미달, 자진 사퇴 등으로 부결됐으며 8건은 주주제안에 대해 반대해 나머지 10건만 국민연금의 반대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또 국민연금은 지난 2019년 주주총회에서 3949개 안건에 대해 찬성 3301건(83.6%), 반대 648건(16.4%) 의결권을 행사했다. 반대 의결권 비중이 적지 않으나 이중 실제 주주총회에서 부결된 안건은 11건에 불과했다. 반대 의사를 표명한 안건 중 1.7%에서만 관철된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첨예한 사안에 대해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또 중견기업 이상 되는 회사들에 대한 수탁위원들의 부담이 커 쉽게 반대하지 못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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