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라면·스낵 다 내 자식 같아"···신춘호 회장

기사등록 2021/03/27 10:15:27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고(故) 신춘호(91) 농심그룹 회장은 라면 업계 신화적인 인물이다. 1965년 농심 창업 후 '신라면'과 '짜파게티' '새우깡' 등을 개발했다. 농심은 창업 6년만인 1971년 처음 라면을 수출했다. 지난해 해외 매출은 사상 최대인 9억9000만 달러(약 1조1201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신라면을 100여 개국에 수출하면서 'K-푸드' 저력을 보여줬다. '신라면블랙'은 2011년 출시 초기 규제와 생산 중단 등 역경을 딛고, 지난해 뉴욕타임즈가 꼽은 '세계 최고의 라면 1위'에 올랐다.

신 회장은 회사 설립부터 연구개발 부서를 따로 뒀다. 평소 '다른 것은 몰라도 연구개발 역량 경쟁에서 절대 뒤지지 말라'고 했다. 1971년 '새우깡' 개발 당시 "맨땅에서 시작하자니 우리 기술진이 힘들겠지만, 우리 손으로 개발한 기술은 고스란히 우리의 지적재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새우깡은 4.5t 트럭 80여 대 물량 밀가루를 사용해 개발했다.

고인은 1970년 국내 최초 짜장라면 '짜장면'이 실패하며 브랜드 중요성에 눈을 떴다. 유명 조리장을 초빙해 요리법을 배우고, 7개월 개발 기간을 거쳐 내놨다. 출시 초기 대박이 났지만, 비슷한 이름으로 급조된 미투 제품의 낮은 품질에 불만을 느낀 소비자는 짜장라면을 외면했다. 결국 농심 짜장면도 사라졌다. 당시 신 회장은 "제품 품질도 중요하지만 모방할 수 없는 브랜드로 확실한 차별화 전략이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안성탕면' '짜파게티' '새우깡' 등 농심 히트 상품에서도 고인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다. 안성탕면은 유기그릇으로 유명한 지역 명에 제사상에 오르는 '탕'을 합성했다. 짜파게티는 짜장면과 스파게티를 조합했으며, 새우깡은 어린 딸 발음에서 영감을 얻었다.

마지막 작품은 '옥수수깡'이다. 지난해 10월 출시 후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신 회장은 "원재료를 강조한 새우깡이나 감자깡, 고구마깡 등이 있다. 이 제품도 다르지 않으니 옥수수깡이 좋겠다"고 했다.

▲1965년 창업 당시 라면 시장에 진출하며…
"한국에서의 라면은 간편식인 일본과 다른 주식이어야 한다. 값이 싸면서 우리 입맛에 맞고 영양도 충분한 대용식이어야 한다. 이런 제품이라면 우리의 먹는 문제 해결에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범국가적인 혼분식 장려운동도 있으니 사업 전망도 밝다."

▲창업 초기 우리 손으로 라면을 만들자며…
"스스로 서야 멀리 갈 수 있다.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라면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1986년 신라면을 출시하며…
"저의 성(姓)을 이용해 라면 팔아보자는 게 아닙니다. 매우니까 간결하게 '매울 辛'으로 하자는 것입니다."
 
▲1990년대 해외 수출 본격화에 앞서…
"농심 브랜드를 그대로 해외에 가져간다. 얼큰한 맛을 순화시키지도 말고 포장디자인도 바꾸지 말자. 최고 품질인 만큼 프리미엄 이미지를 확보하자. 한국의 맛을 온전히 세계에 전하는 것이다."

▲2010년 조회사에서…
"식품도 명품만 팔리는 시대다. 까다로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저서 '철학을 가진 쟁이는 행복하다' 중에서
"돌이켜보면 시작부터 참 어렵게 꾸려왔다. 밀가루 반죽과 씨름하고 한여름 가마솥 옆에서 비지땀을 흘렸다. 내 손으로 만들고 이름까지 지었으니 농심 라면과 스낵은 다 내 자식같다. 우리 농심가족이 정말 자랑스럽다. 쌓아온 소중한 경험과 힘을,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순수하고 정직한 농부의 마음으로, 식품에 대한 사명감을 가슴에 새기면서 세계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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