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부산은 암환자" vs 野 "文은 중증치매"…설화 맞대결(종합)

기사등록 2021/03/26 17:50:45 최종수정 2021/03/26 17:53:36

민주 "오세훈, 대통령 모욕 넘어 치매 고통에 감정 없는 것"

국힘 "김영춘, 부산과 싸우러 나왔냐…암투병 환우도 모욕"

[부산=뉴시스]최동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왼쪽부터) 당대표 직무대행,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26일 부산 진구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현장 회의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3.26. photocdj@newsis.com
[서울·부산=뉴시스] 김형섭 최서진 기자 = 4·7 재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 둘째 날인 26일 여야는 각각 "부산은 3기 암환자", "문재인 대통령은 중증 치매환자"라는 논란을 자초할 말로 경쟁하듯 설화(舌禍)를 쏟아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이날 부산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부산을 3기 암환자에 비유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 후보는 "부산은 3기 암환자 같은 신세"라며 "3기 암환자는 요즘 수술과 치료를 잘하면 충분히 살고 회복할 수 있다. 저 김영춘이 감히 3기 암환자 신세인 부산을 살리는 유능한 의사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그런데 말만 앞세우는 훈수꾼, 훈수전문가가 수술을 맡으면 그 환자가 죽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이는 부산시민뿐만 아니라 암과 싸우는 환자들을 비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하태경 부산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해찬은 부산 초라, 박재호는 부산 한심, 김영춘은 부산 암환자(라고 했다)"라며 "김영춘, 이해찬, 박재호 세 사람은 부산이 그렇게 싫나. 부산을 초라하고 한심하다고 한 것도 모자라 암환자에 비유할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경악스럽다. 민주당은 부산과 싸움하러 나온 건가"라며 "김 후보의 망언은 부산뿐만 아니라 암과 투병하는 환우들도 함께 모독하는 것이다. 당장 사과하시라"고 촉구했다.

같은당 김웅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부산을 암환자에 비유한 김영춘씨의 발언을 접하고 크게 화가 나 '부산이 아니라 민주당이 암환자다'라는 글을 올렸다가 바로 지웠다"며 "암에 걸리고 싶어 걸린 사람은 없다. 암환자를 지켜보는 가족들 심정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매일 심장이 납으로 채워지는 것 같은 심정이다. 가족을 보내고 10년이 지나도 희미해지지 않는다"며 "시장이 되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나 그래도 그런 비유는 절박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암환자를 민주당에 비유한 것은 잘못된 일이었다. 암환우와 가족들에게 죄송하다"고 썼다.

반대로 국민의힘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문 대통령을 '중증 치매환자'에 빗대었던 표현을 다시 소환해 논란이 됐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오세훈(가운데)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 네거리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권영세 의원, 유승민 공동선대위원장과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1.03.26. photo@newsis.com
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등촌동 증미역 2번 출구 앞 출근인사 유세에서 "문재인 대통령한테 '무슨 중증 치매환자도 아니고 국민은 집값 올라간다고 난리인데 본인은 집값 안정돼있다고 하느냐'고 지적했더니 과한 표현 썼다고 한다"며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 하나"라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이 과거 오 후보의 개천절 광화문 보수집회 당시 발언을 놓고 '입에 담기 어려운 광기 어린 막말 선동'이라고 비판한 데 대한 반박이다.

오 후보는 "문 대통령이 여러분 앞에 죄송하다고 말한 걸 들은 적 있나. 3~4년 만에 처음으로 한번 죄송하다고 얘기하기 전엔 집값 아무 문제 없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안정돼 있다고 1년 전까지 넋두리 같은 소리를 했었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이를 놓고서는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자 치매환자를 비하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오 후보의 발언은 대통령에 대한 모욕을 넘어 질병과 장애인에 대한 후보님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금도 치매로 고통받는 분들과 그 가족분들께 사과는 못할망정 되레 큰소리치는 것을 보니 감정이란 게 없는 분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후보의 자격을 논하기 전에 동료 시민들을 존중하는 사람부터 돼야 마땅하다. 당장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같은당 윤건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입장이 달라도, 정당이 달라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고 2021년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다. 아무리 야당이라 해도, 아무리 선거철이라 해도 우리나라의 현직 대통령을 치매 환자라고 말하는 것이 상식적이냐"며 "장삼이사도 아니고 도대체 서울시장 후보가 할 말이냐"고 따졌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 캠프의 강선우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표현의 자유는 막말의 자유가 아니다"라며 "치매는 무섭고 또 슬픈 병이다. 정치인은 남에게, 특히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극단적인 말을 써가며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westji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