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쩍도 않는 野지지율…與 네거티브 전략, 노림수 따로 있나

기사등록 2021/03/28 05:00:00

與, '내곡동·엘시티 의혹' 집중 공세로 네거티브 캠페인

오세훈·박형준 지지율엔 별다른 영향 없어 효과 의문

일각선 20~30대 부동층 투표율 낮추려는 의도 분석도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도시재생사업현장을 둘러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1.03.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진표가 확정되고 각 후보들이 공식 유세에 돌입한 가운데 아직 선거운동 초반이지만 판세는 서울·부산 모두 한쪽으로 급격히 기운 양상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네거티브 전략에도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이 그리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초만해도 서울시장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에 밀렸던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연이어 꺾고 단일후보가 된 후 박영선 후보마저 추월하며 우위를 점하고 있다.

3월 들어 국민의힘 상승세는 뚜렷하다. 지난 22∼23일 리얼미터·YTN·TBS 여론조사에선 오세훈 후보가 48.9%로 박영선 후보(29.2%)를 앞섰고, 야권 단일후보 선출 다음 날인 24일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여론조사에선 오 후보가 55.0%의 지지율로 박 후보(36.5%)를 무난히 제쳤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판세도 국민의힘이 우위를 보인다. 지난 19~20일 입소스·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박형준 후보의 지지율은 51.2%로 민주당 김영춘 후보(28.6%)와 상당한 격차를 냈다. 리서치뷰·국제신문의 19~20일 여론조사에서도 박 후보(55.1%)가 김 후보(31.5%)를 두 배 가까운 격차로 앞섰다(각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민주당은 서울에선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 특혜보상 의혹을 집요하게 문제 삼고, 부산에선 박형준 후보의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을 집중 공격하고 있지만, 이 같은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는 양자 대결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오히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에 대한 정권심판론에 막혀 효과를 못내고 있다.

[부산=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25일 부산 진구 부전시장에서 열린 선거운동 출정식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03.25. photocdj@newsis.com
재보궐선거 의미를 묻는 리얼미터·YTN·TBS 조사에서 정부여당 심판(59.2%)이 안정적 국정운영(32.9%)을 바라는 응답자보다 많았다. 입소스·중앙일보 조사에서도 정권 심판을 위해 야당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54.2%로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후보를 찍겠다는 31.4%보다 크게 앞섰다.

하태경 의원은 SNS에 "오 후보 경선승리의 일등공신은 민주당이다. 오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헛발질 네거티브가 오히려 지지율 상승을 불러왔다"며 "부산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흑색선전이 거셀수록 박형준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서울시민, 부산시민 모두 민주당의 흑색선전을 거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네거티브 전략이 국민의힘 지지율에는 오히려 포지티브한 효과를 내고 있는데도 여당이 전통적인 선거기법인 네거티브 캠페인을 포기하지 않자, 여권 지지층 결집만 노린 게 아니라 부동층의 투표 참여율을 떨어뜨리려는 고도의 전략 아니나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세대에 비해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20~30대가 국민의힘 후보 쪽으로 표심이 쏠리자 민주당이 이를 의식해 네거티브 전략으로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일반적으로 평일에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의 특성상 투표율이 낮아 '조직 싸움'으로 결판이 나는 만큼 조직이 강한 민주당이 정권 심판을 위해 투표를 독려하는 국민의힘을 견제하기 위한 선거전술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각종 선거 악재를 당의 탄탄한 조직을 기반으로 한 '보병전'으로 뚫고 나가는 전략을 짠 가운데 무당층 혹은 부동층의 투표 참여율이 저조할수록 조직이 강한 정당에 유리한 세(勢)대결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더불어민주당 야당후보검증 태스크포스(TF) 의원들이 21일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당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내곡동 주택지구를  둘러 본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3.21. photo@newsis.com
최근 지지율 변화 추이를 보면 선거가 다가올수록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주지지층은 결집하고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비교하면, 야권 단일화 시점을 기점으로 오 후보는 전통 지지층인 60세 이상(70.2%→70.5%)과 보수층(76%→81.1%)에서 지지층이 결집한 것은 물론, 당 지지세가 약한 20대(38.6%→60.1%)와 30대(37.7%→54.8%)에서도 강세가 두드러졌다.

박 후보는 40대(53.3%→57.9%)와 50대(26.2%→45.2%), 진보층(59.5%→75.9%)을 중심으로 오 후보를 앞서 야권 단일화에 위기감을 가진 여권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양상이다.

다만 이례적인 현상은 전통적으로 약세였던 20·30대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 후보를 앞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청년층의 좌절감이 'LH 사태'에서 분노로 변해 야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2030세대에서 문재인 정권 지지율이 급락하는 만큼 청년층의 투표율이 높을수록 야당의 정권심판론에도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 등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가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혜 분양과 투기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03.17. yulnetphoto@newsis.com
네거티브 캠페인은 선두를 달리는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2위권 후보가 구사하는 전통적인 전략이지만, 민주당이 내곡동·엘시티 문제를 집중으로 파고들며 네거티브 전략을 고수하는 것도 이에 실망한 청년층 표심을 돌리거나 부동층의 투표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정파적 연계감이 약하거나 정치의식이 낮은 유권자의 투표 참여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2011년 보궐선거 당시 정치 신인이었던 박원순 후보가 깨끗한 시민후보로 주목받자 한나라당은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학력·병역 관련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해 한때 10% 정도의 지지율을 끌어내린 바 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이 같은 네거티브 캠페인이 얼마나 큰 효과를 낼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잖다. 정권심판 민심이 형성된 결정적 계기는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고, 그 부동산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추진했던 신도시가 LH 투기 의혹이라고 하는 거대한 악재를 맞이하면서 불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셈이라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의 네거티브 전략이 부동층의 투표율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보지만, 지금 정권심판 민심이 강하게 불고 있는데도 여당이 계속 남탓을 하면서 반전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건 패착"이라며 "기본적으로 정부여당이 잘못했는데도 불구하고 부동산 문제를 부동산(물타기)으로 반전시키겠다고 엉뚱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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