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미사일 시험 거듭하는 北, 해면 밀착비행 등 위협적

기사등록 2021/03/26 08:52:56

북한, 지난해 4월, 7월 올해 1월, 3월 발사

김정은 "중장거리순항미싸일 개발했다"

해군, 대함유도탄요격무기 해궁 등 장착

육상에서는 패트리어트 등 무기 총동원

[서울=뉴시스] 지난해 10월 북한 열병식 당시 공개된 순항미사일 추정 무기. 2021.03.24.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지난해부터 순항미사일 기술을 연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우리 군 함정이나 기지로 쏠 경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4월과 7월, 올해 1월에 이어 지난 21일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막히자 북한은 순항미사일 개발 쪽에 일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국방과학부문에서 세계병기분야에서 개념조차 없던 초강력다련발공격무기인 초대형방사포를 개발완성하고 상용탄두위력이 세계를 압도하는 신형전술로케트와 중장거리순항미싸일을 비롯한 첨단핵전술무기들도 련이어 개발함으로써 믿음직한 군사기술적강세를 틀어쥐였다"며 순항미사일 개발을 선언했다.

순항미사일(Cruise Missile)이란 지상이나 해상 목표물을 공격하는 유도탄이다. 순항미사일은 대기권 안에서만 비행한다. 이 미사일은 궤적을 바꿔가며 목표물을 향해 날아간다. 순항미사일은 로켓 엔진을 장착하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비행기에 달리는 제트 엔진을 탑재한다. 순항미사일이 제트 엔진을 사용하는 것은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작동함으로써 사정거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항미사일은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처럼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지만 북한 순항미사일은 이 정도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육상 목표물 타격에 순항미사일을 활용할 정도의 제트엔진 기술 등을 아직 획득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무기 개발에 일가견이 있는 북한이 시험 발사를 거듭하고 있어서 어느 순간 사거리와 속도, 탑재중량이 향상된 신형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을 깜짝 등장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순항미사일 역량을 강화하면 가장 먼저 위협을 받는 쪽은 해군이다. 실제로 북한은 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자료를 쌓고 있다.

[서울=뉴시스] 지난해 10월 북한 열병식 당시 공개된 순항미사일 추정 무기. 2021.03.24.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북한 순항미사일이 해상에 있는 함정을 겨냥한다면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우리 해군에 위협이 될 수 있다. 피해가야 할 지형지물이 없거나 매우 적은 바다 위에서는 항법 장치 기능이 부족해도 큰 무리가 없다.

북한 순항미사일이 해면 밀착비행 기능을 갖춘다면 위력은 배가된다. 해면 밀착비행이란 미사일 등이 적 레이더 탐지를 피해 은밀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저고도로 물위를 스치듯 날아가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적 함정의 레이더를 피하기 위해 아음속 대함유도탄의 순항고도를 10~20m 수준에서 10m 이하로, 종말고도는 3~5m 수준으로 낮추고 있다. 초음속 대함유도탄의 경우 빠른 속도로 인해 10m 이상 해면 비행 고도를 유지했다. 유도조종기술 발전으로 10m 수준 저고도 초음속 대함유도탄이 개발되고 있다.

해군은 이 같은 순항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해궁(海弓)이란 무기를 갖추고 있다. 해궁은 함정을 방어하기 위해 적 항공기와 적이 쏜 대함유도탄을 요격하는 무기다.

[서울=뉴시스] 해궁. 2021.03.25. (사진=국방과학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와 함께 우리 군은 함대공유도탄-Ⅱ 사업을 통해 신형 요격미사일을 갖추려 하고 있다. 함대공유도탄-Ⅱ 사업이란 우리 함정을 공격하는 해면 밀착비행 항공기·유도탄을 요격할 미사일, 해상 우회침투 항공기를 차단하기 위한 미사일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아울러 해군 함정에는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Close-in Weapon System)인 골키퍼와 팔랑스가 있다.

[서울=뉴시스] 함대공유도탄-Ⅱ 사업. 2021.03.14.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30㎜ 골키퍼는 분당 4000발 이상 속도로 포탄을 발사해 유도탄, 고속 침투정의 위협에서 함정을 방어하는 무기체계다. 광개토대왕급 구축함(DDH-Ⅰ),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DDH-Ⅱ), 독도함(LPH) 등에 탑재돼있다.

팔랑스(Phalanx)는 고대 그리스의 전술 대형인 방진(팔랑스)에서 이름을 따왔다. 팔랑스는 20㎜ 기관포와 발사 장치로 구성돼있다. 이 무기는 분당 평균 3000~4000발을 쏘며 사거리는 약 2㎞다.

북한 순항미사일이 육상에 있는 우리 군 기지를 공격할 경우에 대한 대응책은 아직 정립돼있지 않다. 그간 우리 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에 집중해왔다.

다만 실제로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쏜다면 저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는 단거리 요격무기들이 총동원될 전망이다.

교전 고도 20㎞ 아래에서 작동하는 패트리어트(PAC)-2, 패트리어트(PAC)-3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 공중침투하는 적 항공기로부터 중요시설을 방호하고 기동부대를 보호하는 한국형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마(天馬), 그리고 저고도 침투 항공기를 공격하는 휴대용 대공유도무기 체계 신궁(新弓) 등이 동원될 전망이다.

21~25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된 한국형 아이언돔, 즉 장사정포 요격체계가 개발되면 북한 순항미사일 위협에서 다소나마 벗어날 수 있다.

[서울=뉴시스]LIG넥스원(대표 김지찬)은 해군 주도로 실시한 근접방어무기체계인 골키퍼(Goalkeeper) 항해 수락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골키퍼의 항해 수락시험 성공에 따라 LIG넥스원은 시스템의 체계통합과 시험평가는 물론 적시 후속군수지원능력 등의 기반 기술을 확보하게 되었다. (사진=LIG넥스원 제공) 2020.09.21. photo@newsis.com
전문가들은 북한 순항미사일 위협에 대비할 때가 됐다고 조언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은 "북한의 대함미사일 공격에 대해 우리 해군 함정에는 재밍, 근접방어시스템 등 대비책이 마련돼 있지만 북한이 지난 8차 당대회에서 중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완료를 언급한 만큼 대함미사일에 이어 지대지 미사일 위협에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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