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미 '4각 공조' 노리나…북·러 이어 이란과 협력 다지기

기사등록 2021/03/24 20:26:05 최종수정 2021/03/24 20:28:14

왕이 中외교부장 24일부터 이란 등 중동 순방

中, 미중 고위급 회담 이후 북한·러시아·이란 연쇄 접촉

미국 압박 마주한 중국·러시아·이란·북한, 4자 협력 움직임

【테헤란=AP/뉴시스】2016년 1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만나 회담한 모습. 2016.1.23.
[런던=뉴시스] 이지예 기자 = 미국의 동맹 모으기에 맞서 우군 확보에 돌입한 중국이 북한, 러시아에 이어 이란과 협력 다지기에 나섰다. 이들 4개국이 미국 주도 대중 연합체 '쿼드'에 맞서는 공조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왕이 中외교, 이란 방문 예정…"전략적 협력 강화"
이란 외무부는 24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오는 26일 테헤란을 방문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등과 회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란 관영 타스님 통신은 왕 부장이 이란과 중국의 '전략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역내·세계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앞서 왕 부장의 중동 순방 일정을 발표했다. 왕 부장은 24~30일 사우디 아라비아, 터키,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오만 등을 방문한다. 중국 정부는 이번 순방이 이들 나라의 초청으로 성사됐다고 밝혔다.

왕 부장의 중동 순방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동맹·파트너 결집이 뚜렷해지고 있는 국면에서 추진돼 눈길을 끈다.

미중은 이달 18~19일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급 회의를 개최했다. 양측은 서로의 행보에 대해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한치의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였다.

앞서 미국은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구성한 대중 연합체) 정상회의를 첫 개최해 중국 억제를 위한 동맹·파트너 모으기 전략을 구체화하고 나섰다. 또 이달 국무·국방장관이 한국·일본을 방문한 데 이어 22일에는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 서구 동맹들과 대중 공동 제재를 발표했다.
【모스크바=AP/뉴시스】러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악수하고 있다. 2019.06.05.
중국도 대응 전선 짜기에 돌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 회담 직후인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구두 친서를 교환하고 북중 관계 강화를 약속했다. 왕 부장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중국으로 초청해 회담하며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북한, 러시아, 이란 등과 민주주의 국가 단합 가능성에 맞서 동맹 구축을 꾀하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중국의 외교는 미국, 영국, 캐나다, EU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어떤 대결과 분쟁, 분열도 시작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중국은 모든 나라가 평등하게 발전할 권리를 누리고 국제사회에 참여하는 '진정한 다자주의'를 추구한다고 주장했다.

美압박 처한 中·북·러·이란, '반 쿼드' 공조 본격화하나
중국과 이란, 러시아, 북한은 미국이 일방적 정책으로 세계 안정을 위협하며 부당하게 자신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한다.

이들 4개국 모두 미국의 주요 제재 대상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을 이유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주도해 왔다. 이란에 대해서도 핵개발과 테러 지원 활동을 문제 삼아 경제 제재를 부과했다.

러시아에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합병 이후 제재를 가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국가안보 위협, 홍콩 자치권 탄압,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인권 유린 등의 문제를 놓고 관련 기업과 인물들에 제재를 부과했다.
【서울=뉴시스】 2019년 6월 북한을 공식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평양 우의탑을 찾은 모습. 2019.06.22.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미국의 제재와 압박이 심화하자 이들 사이에서도 '반미 공조'의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카젬 자랄리 러시아 주재 이란 대사는 작년 7월 한 인터뷰에서 미국 제재에 타격을 입은 나라들이 모임을 만들 때가 됐다"며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이 미국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서로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지난 2월 미국의소리(VOA)에 중국, 북한, 러시아, 이란 등 4개국의 공조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개발 협력 움직임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며 최근 중국, 러시아까지 연계해 사전 조율된 듯 보이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베넷 연구원은 "실제로 쿼드에 맞서기 위한 대미 활동"이라면서 "쿼드를 반영하는 연합체로, 쿼드가 중국에 대응하는 것처럼 미국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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