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도 당심도 吳의 편…당 조직력·중도층이 원동력

기사등록 2021/03/23 11:19:37

국민의힘, '제1야당' 조직 풀 가동해 여론전 우세

吳후보 중도확장전략도 주효…安 지지층 이탈 유도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단일화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3일 국민의당 후보인 안철수 대표를 꺾고 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최종 결정되자, 정치권에선 제1야당 조직력이 제3지대 바람을 눌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 후보로선 국민의힘 경선에서 나경원 전 의원을 꺾는 이변으로 당심을 사로잡은 데 이어, 여야 후보를 통틀어 한동안 최선두권에 있던 안 대표마저 추월하며 이번 보궐선거에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10년 전 무상급식 파동 때 서울시장 중도사퇴라는 '원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오세훈 후보가 야권의 서울시장 보선 단일후보로 다시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제1야당의 힘'이 결정적이라는 게 중평이다.

안 대표는 제3지대에서 야권에서 급부상한 금태섭 전 의원을 쉽게 꺾고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새 정치를 갈망하는 지지층을 공략해 '안풍(안철수 바람)'을 재연하고자 했지만, 당 가용 조직을 풀 동원한 국민의힘의 조직력에 판을 뒤집는 건 의석수 3석의 군소정당으로선 역부족이었다. 결국 두 당의 의석수에서 여실히 드러난 조직력 차이가 여론전에서 승부를 가른 것이라는 분석이 적잖다.

국민의힘 당 내에선 여론조사가 시작되기도 전 오 후보의 낙승을 점치는 관측이 많았던 것도 이른바 '당발' 덕에 제1야당이 이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 기인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를 "상식"이라고 표현하며 그간 제1야당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1.03.15. photo@newsis.com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묻는 취재진에 "내가 누누이 강조했지만, 제1야당의 오세훈 후보가 그동안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단일화되는 것은 처음부터 상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정치에 있어서 상식이 통한 것을 서울시민이 입증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안 대표는 3개월 전부터 본인 스스로 야당 단일후보가 되겠다고 했기 때문에 효과가 커서 그나마 유지를 했었는데 우리 당은 3월4일에 후보를 확정해서 노출이 짧았고, 결국 우리 당의 힘이 기반이 돼서 오세훈 후보로 결정됐다"고 평했다.

결국 김 위원장이 언급한 것처럼 당의 힘이 오 후보가 안풍을 잠재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셈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서울 지역만 해도 당원 50만명을 보유하고 있고 전국적으로는 200만~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서울시당 당원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당의 모든 조직을 가동해 '오세훈 대세론'을 만들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같은 선거운동을 하더라도 당 지지기반이 약한 국민의당보다 국민의힘의 파급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양당 체제의 기성 정치에 실망해 새 정치를 갈망하는 다수 시민의 거대한 흐름이 존재했지만 제1야당의 견고한 조직을 무너뜨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보수 정당에서 중도 노선을 걸어온 오 후보가 중도확장전략론을 들고나와 중도층을 주된 지지층으로 두고 있는 안 후보와의 중원싸움에서 크게 밀리지 않은 점도 선전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정양석(오른쪽)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이태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후보 발표에 앞서 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23. photo@newsis.com
오 후보가 중도우파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중도 성향인 안 대표가 오 후보에 맞서 차별화가 쉽지 않아 중원싸움에서 고전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만약 강경 보수 이미지를 가진 국민의힘 후보였다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야권 일각에선 국민의힘 경선 당시 보수의 전략적 투표 덕에 오세훈 후보가 나경원 전 의원을 이겼듯이 이번에는 국민의힘 당원을 포함한 보수 유권자들이 오 후보 대신 안철수 대표에게 전략적 투표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결과적으로 보수의 역선택을 통한 이변은 없었다.

오 후보와 관련한 내곡동 땅 투기논란도 대세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야권 단일화 경선 내내 'LH 투기' 논란을 잠식하고 오 후보의 경쟁력에 흠집을 내기 위해 내곡동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셀프 특혜'라고 집중 공격했지만, 이번 보궐선거에서 정권심판을 바라는 유권자가 우세한 만큼 내곡동 문제는 여당을 대체할 대안을 찾는데 큰 걸림돌은 아니었다. 국민의힘이 여론조사 결과 발표 하루 전날인 지난 22일 노무현정부의 서울내곡지구 국민임대주택단지 추진 관련 문건을 공개하는 등 여권의 네거티브 전략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도 오 후보에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단일 후보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23. photo@newsis.com
오 후보는 이날 단일화 발표 후 입장문을 내 "오늘은 위대한 서울시민의 선택의 날"이라며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이 후회가 되지 않도록 제 모든 것을 바쳐서 승리를 가져오겠다. 저는 단일화로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의 길을 활짝 열라는 시민 여러분의 준엄한 명령을 반드시 받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주당의 네거티브 전략에 대해선 "지금 저들은 조직선거, 흑색선전 선거, 그리고 인기 영합주의 선거의 삼각파도를 세차게 몰아오고 있다"며 "못 먹는 감 찔러나보자는 식의 괴벨스식 선전 선동, 진실에는 눈감고 거짓만을 앞세우는 외눈박이 공세, 저는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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