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정인이' 없도록...학대 의심땐 부모한테서 바로 떼놓는다

기사등록 2021/03/23 10:00:00

'아동복지법 시행령' 개정안 23일 의결...30일부터 시행

학대피해아동쉼터서 분리 보호…올해 최소 105곳 확충

전담공무원-경찰 협력 강화…전문성 축적위한 장기근속

[세종=뉴시스]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학대 피해가 의심되는 아동은 부모 등 가해자가 있는 원가정으로 복귀하지 않고 학대피해아동쉼터 등에서 일시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즉각 분리제도'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즉각 분리된 후 7일 이내에 가정환경, 행위(의심)자, 피해(의심)아동, 주변인을 추가 조사하고, 건강검진을 해 학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아동보호 전담 공무원과 일선 경찰서가 협력해 아동학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전담 공무원과 경찰은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도록 장기근속을 유도한다.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동복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2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이달 30일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대아동 쉼터 등서 일시 보호 강화…올해까지 105곳 확충
지난해 10월, 생후 16개월 아동이 입양된 지 불과 8개월여 만에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해 사망한 '양천구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서 학대 아동을 가해자와 적극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특히 이 사건은 아동이 사망하기 전까지 3번의 학대 신고가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동 보호 제도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복지부는 지난 1월19일 발표한 '아동학대 대응 체계 강화 방안'에 따라 설치한 '아동학대 대응 추진단'에서 매월 1차관 주재로 관계부처·지자체 점검 회의를 개최해 왔다.

기존에도 재학대의 위험이 급박·현저한 경우 피해 아동의 보호를 위해 응급조치를 할 수 있었다. 응급조치란 가해자와 피해 아동 격리, 피해 아동 등을 아동학대 관련 보호시설이나 의료기관으로 인도하는 조치다.

다만 응급조치는 72시간을 넘길 수 없어서 지자체 등이 아동복지시설 입소, 대리양육, 입양 등의 보호조치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아동 보호의 공백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겼다.

응급조치를 연장하려면 검사가 임시 조치를 법원에 청구하고 법원이 결정을 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즉각 분리 제도에 따라 일시보호 의뢰서를 발급할 수 있는 대상으로 '학대 피해 아동 쉼터의 장'을 추가하고, 응급조치 후 보호 공백이 발생하거나 재학대 우려가 커 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지자체 보호 조치 결정이 있을 때까지 피해 아동을 분리해 학대 피해 아동 쉼터에서 일시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1년 이내에 2회 이상 신고가 접수된 아동에게 학대 피해가 강하게 의심되고, 재학대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응급조치·긴급 임시 조치가 종료됐지만, 임시 조치가 청구되지 않을 경우 ▲보호자가 아동에게 답변을 거부·기피하도록 하거나 거짓 답변을 유도하는 경우 ▲보호 조치를 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이 인정한 경우에 피해 아동을 학대 피해 아동 쉼터 등에서 일시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 대응 인력이 즉각 분리 필요성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세부 이행 지침을 마련했다.

지침에 따라 지자체는 즉각 분리 후 7일 이내에 가정환경, 행위(의심)자, 피해(의심) 아동, 주변인을 추가 조사하고, 피해(의심) 아동 건강 검진을 통해 학대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한다. 지자체는 추후 조사 내용과 사례 판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아동 보호 조치 등을 결정할 수 있다.

아동 보호 공백을 방지하고 아동의 회복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 확보에 나선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에 반영된 학대 피해 아동 쉼터 15곳이 올해 상반기 중에 운영될 수 있도록 지자체를 독려할 예정이다. 올해에는 학대 피해 아동 쉼터를 14곳 이상 추가로 설치해 최소 105곳을 확충한다.

다음 달부터는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가정 200곳에서 2세 이하 피해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위기아동 가정 보호 사업'을 실시한다. 이를 위해 지난 8일부터 아동권리보장원 홈페이지 등에서 보호 가정 신청을 받고 있다.

보호 가정 양육자는 25세 이상으로 아동과의 나이 차이가 60세 미만이고, 안정적인 소득이 있으면서 관련 자격 기준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일시보호시설로 전환하는 양육시설과 기타 사회복지시설에 기능보강비를 지원 중이다. 이를 통해 현재 7개 시·도에 11곳에 불과한 일시보호시설을 시·도별로 최소 1개 이상 확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시설이 확충될 때까지 시·도에서 일시보호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시·도-시·군·구로 이어지는 비상 대비 체계를 구축해 전국 학대 피해 아동 보호 현황을 관리한다. 구체적으로 시·군·구는 즉각 분리 아동을 인근 시설에 보호한다. 시·도는 관할 지역 내 여유 시설을 섭외하고, 추가 보호 여력 확보 계획을 수립해 보호 여력이 부족한 경우를 대비한다. 복지부는 지자체 대비 상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보호시설 조정이 필요한 경우 지원한다.

학대 피해 아동 쉼터와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배치된 심리치료사 155명을 연계해 피해 아동을 지원한다.

오는 7월부턴 17개 시·도 거점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심리 치료 인력 3명을 배치해 학대 피해 아동을 위한 심리치료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거점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개별 기관 심리치료사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지난 15일 기준 지역별 아동학대 전담 의료기관 27곳에서는 학대 피해 아동을 대상으로 신속한 검사와 치료를 지원하고, 학대 의심 사례가 포착될 경우 의료진이 즉시 신고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의료계와 협의를 거쳐 전담 의료기관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아동복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2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이달 30일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DB). 2020.11.14. photo@newsis.com


전담 공무원·경찰 협력 강화…전문성 축적 유도
아동보호 전담 공무원과 경찰이 아동학대 대응 과정에서 협력할 수 있도록 한다.

복지부와 경찰청은 지난 1월22일부터 2월25일까지 '아동학대 현장 대응 공동협의체'를 운영해 '공동 업무 수행 지침(안)'을 마련했다.

공동 업무 수행 지침(안)은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과 경찰의 역할과 업무 분담을 명확히 하고, 아동학대 대응 과정별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아동보호 전문기관), 일선 경찰서 간 협업 강화를 골자로 한다.

신고 접수는 112, 아동학대 상담은 보건복지 상담 센터(129), 지자체,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담당하되, 신고 사항은 상호 통보하도록 했다. 야간·휴일 신고 건은 경찰에서 현장을 확인한 후 동행 출동을 요청해야 한다.

응급조치와 즉각 분리가 필요한 경우는 전담 공무원과 경찰이 협의해 결정하되, 최종 판단은 전담 공무원이 내리도록 했다. 판단이 힘든 경우에는 의료인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통합사례회의를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즉각 분리 판단 요건과 즉각 분리 시 대응 인력별 역할도 명확히 했다.

지침안은 현재 서울 강동구, 부산 수영구, 충남 공주시, 전남 나주시 등 시·군·구 10곳에서 시범 적용 중이다. 정부는 시범 사업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보완해 다음 달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과 경찰은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도록 장기근속을 유도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6일 지자체가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전문 직위로 지정하거나 전문경력관으로 채용하도록 한 지방공무원 인사 분야 통합지침을 개정했다. 지난 15일 기준 배치 완료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463명이며, 올해까지 664명을 배치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여성·아동·가족·심리·사회복지학 관련 학사 학위 소지자 중 동일 분야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 관련 전문 기관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자를 학대 예방경찰관(APO)으로 채용해 5년 동안 복무하도록 했다. 올해 상반기 25명 채용을 시작으로 20203년까지 총 260여명을 채용해 배치할 계획이다.

아동권리보장원 내에 교육 전담 부서에서는 대응 인력 대상으로 전문 교육을 시행한다. 신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교육 시간은 지난해 80시간에서 올해 160시간으로 확대해 다음 달부터 본격 실시한다.

오는 6월부턴 이미 배치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대상으로 악성 민원 대응 요령, 법률 교육 등 심화된 업무 내용을 연 40시간 교육한다. 다음 주부턴 아동학대 대응 인력 합동 교육을 통해 이론과 사례별 대응 지침도 가르칠 예정이다. 상시 업무를 익힐 수 있도록 영상교육 콘텐츠도 개발한다.

아울러 아동 학대 인식 개선과 신고 활성화를 위한 국민 캠페인을 전개한다.

캠페인은 지난 1월26일 민법상 '징계권' 폐지에 따라 훈육을 이유로 한 체벌이 불가능함을 알린다. 정부는 종교계, 재계, 학계, 시민단체, 언론 등과 공동 캠페인을 추진한다. 주위에서 학대 의심 사례를 발견할 경우 적극적으로 신고하도록 아동학대 범위와 신고 방법을 엘리베이터, 대중교통 등에 안내할 예정이다.

복지부와 경찰청은 이달 24~25일 아동학대 대응 인력을 대상으로 즉각 분리 제도 지침과 공동 업무 수행 지침 온라인 설명회를 연다. 구체적인 즉각 분리 절차, 아동학대 대응 단계별 업무 구체화와 협업 강화 방안 등 주요 개정 사항을 중점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모든 아동이 학대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며 "즉각 분리 제도가 아동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는 제도로 운용될 수 있도록 제도 이행 전 과정에서 아동의 의사를 존중하고,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으로 고려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sw@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