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183개 단체, 백악관에 '혐오범죄 대응' 3300억원 예산 요청

기사등록 2021/03/21 03:47:39

"실질·장기적인 투자 촉구"…범정부 TF 설치도 요구

[워싱턴=AP/뉴시스]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 조지아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 희생자를 애도하는 조기가 걸려 있다. 2021.03.21.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미국에서 183개 단체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아시아계에 대한 안전 및 구호 프로그램을 위해 3억 달러(약 33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20일(현지시간) 액시오스에 따르면 이 요구 서한은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전날 조지아 애틀랜타에서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AAPI)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달됐다.

백인 남성 로버트 에런 롱(21)이 애틀랜타 일대 마사지 숍과 스파 등 3곳에서 연쇄 총격을 가해 한국계 4명을 포함한 아시아계 6명 등 총 8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 만이다.

이 예산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악화한 혐오 범죄에 대한 연방 정부의 대응을 촉진하고 주 및 지방 정부가 관련 범죄 보고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AAPI 그룹이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1억 달러를 지원하고, 장기적인 지역사회 안전 및 회복을 위해 다음 연방 예산에 2억 달러를 추가 배정할 것을 요청했다.

이를 통해 피해자가 모국어로 피해를 보고하고 정신건강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단체가 피해자 및 생존자를 옹호하는 것을 지원하고, 폭력 예방과 위기 개입 등 법 집행의 대안을 만드는 것도 지원한다. 이민자를 포함한 AAPI 필수 노동자와 저임금 노동자를 돕는 데에도 자원을 사용한다.

아울러 AAPI 지지자들과 연방 간 역할을 조율하기 위해 백악관 차원에서 기관 간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할 것도 요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아시아계 여성과 소녀들, 트렌스젠더, 성 정체성이 정해지지 않은 사람들, 기록되지 않은 이민자 지역사회가 공격에 노출된 시기"라고 운을 뗐다.

이어 "아시아계 고령층은 갖은 폭력의 공포 속에 안전하지 않은 채 거리를 걷고 있고 아이들은 괴롭힘을 견디고 있다. 우리의 사업장은 문을 닫았고 집엔 낙서가 돼 있다"면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호소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해 인종 혐오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AAPI 지역사회의 상처를 깊게 했고 혐오로 가득찬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초청함으로써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보탰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우리의 모든 요구를 관철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 간, 전체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TOP AAIP Hate'(아시아계 혐오범죄를 멈춰라)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인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3800여 건의 혐오 범죄 신고가 접수됐으며 남성보다는 여성이 2.3배 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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