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연금, 기금본부에 '리밸런싱' 재량권 늘린다

기사등록 2021/03/19 10:27:17 최종수정 2021/03/19 12:43:16

기금본부 운용 제한하는 기준 넓혀 재량권 제고 검토

합계 이탈허용범위 늘리지 않되 본부 '자율매매' 키워

"이탈범위 늘려야할 이유 찾기 어렵지만 기금위 보고"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국민연금이 연기금 매도 논란에 기금운용본부의 자산 리밸런싱(자산배분)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 기금본부의 매매 자율성을 제한하던 기준을 넓혀 본부 판단 없이 자동으로 매도되는 금액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17일 국민연금 산하 투자정책 전문위원회(투정위)를 열고 전략적 자산배분(SAA) 목표비중 이탈 허용범위를 기존 ±2%에서 ±3%, ±3.5%로 늘리는 2개 안을 검토했다. 대신 전술적 자산배분(TAA) 이탈 허용범위는 기존 ±3%에서 ±2%나 ±1.5%로 줄어들게 된다.

국민연금 투정위는 이러한 내용을 오는 2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하되 "기금 수익을 늘리기 위해 당장 이탈 허용범위를 바꿔야 할 특별한 사유가 없다"는 내용을 함께 덧붙일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관련 중대 사안은 산하 전문위원회에서 논의된 뒤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검토를 거쳐 기금위에 보고 안건으로 올라가거나 심의, 의결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국민연금 기금위 제2차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연기금 순매도에 "기금운용 성과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와 지난 기금위에서 논의했다"며 "주가가 2000~3000선일 때 리밸런싱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검토하고 다음 기금위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금위 위원장인 권 장관의 발언 이후에도 투정위가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늘리거나 합계 이탈 허용범위(±5%)를 늘리지 않고 보수적으로 안건을 검토하는 것은 국민연금이 가져야 할 최우선 과제인 '기금운용 장기 수익률'과 관련해 이탈 허용범위를 늘려야 할 사유가 없다고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반발하고 있어 일부 검토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으나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는 취지다.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투정위에서 이탈 범위를 늘릴지를 놓고 1안과 2안을 논의했다"며 "다만 이탈 범위를 늘려야 할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내용도 함께 기금위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리밸런싱을 유연하게 해 결과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게 뒷받침하려는 것"이라며 "물론 리밸런싱을 조정하게 되면 속도를 조절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에 국민연금의 전략·전술적 자산배분상 목표비중 이탈 허용범위는 각각 ±2%, ±3%에 해당한다. 국민연금 투정위는 이를 합친 ±5% 이탈 허용범위를 늘리지 않고 전략·전술상 이탈 허용범위만 조정하는 것을 검토했다.

이중 전략적 자산배분의 이탈 허용범위를 ±1%~1.5%포인트 늘리는 방식이 고려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연기금 매도 랠리가 전략적 자산배분 이탈 범위를 넘기며 발생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 자산배분은 전술적 자산배분보다 상위 자산배분으로, 전략적 자산배분 이탈 범위를 초과하면 전략적 자산배분과 상관 없이 자동으로 매도하게 돼 있다.

전략적 자산배분 이탈 허용범위를 늘리게 되면 자동으로 매도되는 금액이 줄어들면서 기금운용본부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매수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기금운용본부의 매매 자율성이 커지는 방식인 것이다. 다만 전략과 전술적 이탈 허용범위를 합한 ±5%포인트는 기존대로 유지될 전망이므로 국내주식을 대량 매입하는 효과를 내긴 어렵다.

한편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조정하는 작업은 오는 5월 중기자산배분안 심의와 함께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늘릴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는 국민연금의 장기 전망과 맞닿아 있는 사안이라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여러 고려 요소와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자산배분이 전세계 자산시장 중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국내주식으로 쏠려 있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 해외주식 비중을 늘리려는 기조를 갖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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