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외교·국방 방한 첫날, 北·中 인권 유린 '정면 비판'

기사등록 2021/03/17 22:56:37

한·미 외교장관, 국방장관 회담…"공유된 가치 지지"

블링컨 "북한, 자국민 학대…中 신장·티벳 인권 유린"

오스틴 "북·중 전례 없는 위협…한미동맹 중요해져"

美, 인권·민주주의 가치 수호 위해 동맹 역할 요구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하고 있다. 2021.03.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국현 박대로 기자 = 11년 만에 한국을 동시에 방문한 미국 국무·국방장관이 17일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와 민주주의 유린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아울러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으로써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국 정부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아시아 순방 지역으로 일본에 이어 한국을 선택한 것은 사실상 중국 견제에 목적이 있다는 것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서 대북 정책 조율과 지역 협력 등을 놓고 한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지난 15~17일 일본 방문을 마친 후 이날 오후 전용기를 타고 각각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했다. 이후 두 장관은 각각 한미 외교장관 회담, 국방장관 회담을 갖고 한미 관계와 한반도 문제, 지역 및 글로벌 현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두 장관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동시에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는 물론 민주주의 유린 문제, 한반도 정세에서 북중 위협을 거론하며 견제구를 날렸다. 

블링컨 장관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우리는 공유된 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함께 서 있다"며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미얀마) 버마를 포함한 세계에서 군사적 선거 결과를 뒤집고 평화로운 시위자들을 억압하는 민주주의의 침식을 목격하고 있다"며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는 미얀마 군부와 경찰의 무력 진압에 대해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도 직접 거론했다.

그는 "중국은 강압과 공격을 통해 홍콩 경제를 조직적으로 잠식하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신장 및 티베트의 인권을 유린하고, 남중국해에서 인권법을 위반하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은 자국민에 대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계속하고 있다"며 "우리는 근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요구하기 위해 국민들과 함께 서야 하고, 그들을 억압하는 사람들과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첫 아시아 순방에서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는 수준의 대중 견제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요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 기조를 재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동맹과 함께 적극적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정면 돌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블링컨 장관은 방한한 배경에 대해 "오스틴 국방장관과 함께 동맹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달성하고 인권,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존중하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03.17. photo@newsis.com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오후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북한과 중국의 전례 없는 위협으로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미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안보와 안정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 곳"이라며 "한미동맹은 동북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 전 세계 평화 안보 번영의 핵심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수십년간 한미는 여러 도전과제에 함께 직면했다"며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 번영을 보장하는 임무에 있어서 우리는 매번 도전적인 상황을 극복했다. 지금도 그러하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한미 협력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 16일 진행된 미·일 2+2 회담 공동성명에도 양국은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과 함께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수위의 표현을 담았다. 이로 인해 오는 18일 진행되는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이후 발표되는 공동선언에 담길 한미 동맹의 발전 방향도 어떤 정도 수위가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미국이 북한, 중국과 관련해 작심 발언을 쏟아내면서 한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방한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기반 마련의 계기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동시에 미국의 대중 견제 행보 동참 요구에 대해서는 신남방 정책과의 연계 강화를 통해 돌파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는 물론 지역 협력 등에 시각차를 예고하면서 현안 조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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