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한명숙 사건 직접 개입…기소압박 vs 절차보완

기사등록 2021/03/17 19:35:20

박범계, 검찰 무혐의 제동…수사지휘권 발동

전례 드문 수사지휘권 발동…기소 압박 해석

법무부 "만약 기소 원했다면 기소 지휘" 해명

절차적 하자 지적…결론 유지되도 수용 방침

불신 여전…"표현 다르지만 기소 취지 내포"

[과천=뉴시스]조수정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윤희 김가윤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가운데, 법무부는 기소 압력을 넣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어 속내가 주목된다.

박 장관 역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재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무부의 의도와 달리 사실상 기소 압박으로 해석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장관은 17일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관련자의 혐의 성립 및 기소여부를 대검찰청 부장회의에서 다시 판단하라는 등의 수사지휘 공문을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에게 보냈다.

검찰은 이미 지난 5일 한 전 총리 재판에서 모해위증(상대를 해할 목적의 거짓 증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당시 재소자 두명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박 장관이 전례가 드문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해 검찰 결론에 제동을 걸었다. 두 명 중 공소시효가 아직 만료되지 않은 김모씨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는 것이 골자다.

문재인 정부를 제외하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단 한 차례 뿐이다. 박 장관은 이에 따른 부담을 알면서도 무혐의로 결론난 사건을 재판단하라고 주문한 셈이다. 사실상 기소를 압박하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다만 박 장관과 법무부는 이번 수사지휘가 기소 압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브리핑에 나선 이정수 검찰국장은 "만약 기소하려고 했으면 기소하라고 (수사지휘)했을 것이다"며 "검찰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어 다시 한번 판단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17. photo@newsis.com
박 장관이 수사지휘 공문에 검찰의 무혐의 처분 자체를 문제삼지 않은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박 장관은 "처리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 "그간의 잘못된 수사 관행과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자의적 사건배당, 비합리적 의사결정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등 절차적 문제를 부각했다.

검찰이 대검 부장회의를 거치고도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경우에는 수용하겠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혹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법무부는 실제 기소를 압박할 의도가 없었다 해도, 수사지휘 대상자는 달리 받아들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기소 명령은 아니지만, 혐의가 없다고 결론이 난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는 점에서 결국 결론을 바꾸라는 수사지휘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며 "표현의 차이가 있을 뿐 기소하라는 취지가 내포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도 "기소 지시가 아니라는 것은 말장난"이라며 "결론 내린 사건을 다시 논의하게 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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