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한미 국방장관회담 속 외면당한 김여정 담화

기사등록 2021/03/17 19:19:09

오스틴, 중국 위협과 한미일 안보협력 강조

서욱, 전작권 전환 촉진을 위한 설득에 집중

전날 김여정의 담화에 대한 양측 언급 없어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03.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한미 국방장관이 바이든 정부 들어 개최한 첫 양자회담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양 장관이 각자 원하는 의제를 부각시키는 통에 전날 발표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는 외면을 당했다.

서욱 국방장관과 로이드 오스틴(Lloyd James Austin Ⅲ) 미국 국방장관은 17일 오후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1시간 가량 양자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오스틴 장관은 한미일 안보협력 복원을, 서 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양측은 상대의 언급에 원론적으로 대응했다. 이에 따라 양측의 시각차만 부각된 셈이 됐다.

오스틴 장관은 한미 양국이 동북아에서 중국 등에 의한 공동 위협에 직면했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으로서는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스틴 장관은 모두발언에서도 "북한과 중국의 전례 없는 위협으로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며 이례적으로 중국을 실명으로 거론했다.

앞서 오스틴 장관은 16일 일본 도쿄 이쿠라 영빈관에서 진행한 미일 2+2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중국은 우리 국방부가 계속 주시해야 할 직면 위협"이라며 중국 위협을 강조했었다.

이에 서 장관은 원론적으로 대응했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맞장구를 치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서욱 국방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03.17. photo@newsis.com
서 장관은 "큰 틀에서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기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국방 차원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이 잘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리측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집중했다.

국방부는 회담 결과 보도자료에서 "양 장관은 2006년 한미 양국이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이래 한미 공동의 노력을 통해 커다란 진전을 이뤘음에 주목하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을 재확인했다"며 "이러한 진전에 기반을 두고 양 장관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보도자료 내용은 우리측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도 서 장관이었다. 서 장관은 오스틴 장관에게 전작권의 주요 의제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오스틴 장관은 서 장관의 구체적인 설명을 경청했을 뿐 별도 제안을 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오스틴 장관이 이번에 한국에 처음 왔다. 전작권 문제에 합의를 이루거나 공감대를 이룰 것을 기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한번 회담으로 큰 합의를 이룬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는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비판 담화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1.03.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양 장관이 서로 다른 의제에 집중한 탓에 북한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국방부는 회담 결과 보도자료에서 "양 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이라는 한미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원론적인 내용일 뿐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최근 지면을 달궜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는 이날 회담에서 아예 다뤄지지 않았다.

김 부부장은 오스틴 장관 방한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담화를 통해 "이 기회에 대양 건너에서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 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 간 발편잠을 자고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 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담화는 방한을 앞둔 오스틴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두 미국 장관이 여러 회담에서 김여정 담화에 대한 반응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한미 간 예정된 일련의 회담 중 가장 먼저 개최된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는 김 부부장의 담화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 등 외면을 당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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