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코앞' 박원순 피해자 기자회견, 왜?…"이유 잊었나"

기사등록 2021/03/17 15:33:28

박원순 지지자들 '선거에 영향 미쳐' 비난

"이번 선거 처음부터 잘못돼"…정면 비판

"상처 준 정당이 당원투표로 시장 후보 내"

'피소사실 유출' 남인숙 겨냥해 "책임 져야"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2021.03.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신재현 수습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17일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에 단순히 부인하는 등의 반응 대신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잘못됐다"며 당당하게 맞섰다.

피해자인 박 전 시장의 전 비서 A씨는 이날 오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공동행동)등이 서울 모처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 나와 심경을 밝혔다. 박 전 시장이 사망한지 252일만, 4·7재보궐 선거 22일 전이다.

이날 A씨는 그동안 자신이 겪은 피해에 대한 고충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왜 자신이 이날 기자회견에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장이 성추행을 저지르고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그로 인해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에서 같은당 출신 시장이 당선되는 건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A씨는 "본래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가 묻혔다고 생각한다"며 "제 (성추행) 피해사실을 왜곡하고 상처를 줬던 정당 출신 시장이 선출되면 제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란 두려움이 든다"고 말했다.

A씨가 이날 기자회견을 한다는 사실이 전날(16일) 알려지자, 박 전 시장의 일부 지지자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A씨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며 맹비난을 하던 차였다.

A씨는 "제가 말을 하고 어떤 결과가 생기고, 안하고 어떤 결과를 생길 때 그 후회의 무게가 가벼운 쪽으로 선택했고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이대호 피해자 전 직작동료 전 서울특별시 미디어 비서관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3.17. photo@newsis.com
A씨는 특히 박 전 시장이 속해있던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A씨를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하며 A씨 피해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남인숙 의원은 박 전 시장의 피소사실을 듣고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관련 내용을 물어보며 서울시가 이를 알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 의원은 이를 부인하다가 나중에서야 인정하고 사과했다.

A씨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 명확하게 짚어주지 않으셨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정치인의 중대한 잘못이라는 책임만 있는게 아니다.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저의 피해사실을 축소 왜곡하려고 했고 '님의 뜻을 기억하겠다'는 말로 절 압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투표율 23%의 당원 투표로 서울시장 후보를 냈다"며 "그 선거 캠프에 제게 상처를 줬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A씨는 "사과 전에 사실에 대한 인정과 후속조치가 있어야한다"며 "지금까지의 사과는 진정성, 현실성이 없는 사과였다. 제가 어떻게 해야 사과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A씨는 '기자회견 이후 민주당에 진정어린 사과와 함께 추가 요구할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잘못됐다"며 "저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불렀던 의원들이 직접 제게 사과하게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님이 따끔하게 혼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해당 의원들에 대한 당차원의 징계가 있어야한다. 특히 남인순 의원은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공식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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