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대성동 고분군 출토, 금관가야 국제성 증명 유물
함안 말이산 '아라가야 굽다리등잔'도 지정 예고
[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 = 경남도는 김해 대성동 고분군 88호분에서 출토된 '용무늬 금동허리띠'를 가야유물 중 처음으로 경상남도 유형문화재(제668호)로 지정한다.
금동허리띠는 중국 후한대 2세기 말부터 진대 4세기 무렵까지 중국에서 제작돼 동아시아에서 크게 유행한 장신구다. 금관가야의 왕묘역이자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대성동 고분군(사적 제341호)의 88호분에서 나왔다.
대성동 88호분은 4세기에 조성된 대형 덧널무덤으로 규모와 부장품 등으로 봐서 금관가야 왕 또는 왕족의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다.
88호분에서 출토된 금동허리띠는 주인공 주변에서 흩어진 채 발견돼 허리에 착용한 상태로 부장된 것으로 보인다.
고대 허리띠는 가죽이나 천으로 된 띠에 금속의 장식판과 드리개 등을 붙여 만들었는데, 88호분에서는 금동으로 만든 끝장식판 1점과 드리개 3점이 출토됐다.
길이 8㎝의 끝장식판에는 투조기법, 즉 판을 도안대로 오려내는 기법과 금속에 정을 사용해 문양을 새기는 다양한 조금기법을 통해 용의 전신과 또 다른 용의 머리가 마주보도록 해 쌍룡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금동허리띠는 고대 한반도 남부에서 용무늬가 베풀어진 가장 이른 시기의 유물이다. 금관가야 지배층의 권력을 상징하는 위세품이자, 중국과의 교섭을 통해 입수한 선진 물품이어서 가야 위상과 국제성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또 우수한 기술로 제작한 금속공예품인 데다가 출토지가 분명한 발굴 유물로, 역사적 맥락을 잘 알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다.
그동안 매장문화재(유적) 발굴 유물에 대한 문화재 지정 사례는 손에 꼽힐 정도였다. 가야시대 유물은 기록이 존재하지 않아 그만큼 지정가치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았고, 보존상태도 불량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경남도의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를 계기로, 중요 가야유물에 대한 역사적 가치 평가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경남 김해, 함안, 합천 등지에서 발굴된 가야유물 8건이 최근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경남도 역시 중요 가야유물의 문화재 지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 ‘김해 대성동 88호분 출토 금동허리띠’의 경남도 도 유형문화재 지정 외 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에서 출토된 아라가야 '굽다리 등잔'의 지정을 예고했다.
경남도 노영식 문화관광체육국장은 "그동안 보물급 가야유물조차 문화재 지정의 기회를 잘 얻지 못했다. 이는 가야사에 대한 인식과 위상으로 연결되어 가야문화가 저평가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면서 "이번 금동허리띠의 도문화재 지정을 시작으로 더 많은 가야유물에 대한 재평가와 문화재 지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관가야 장식마구 일품, 통형동기 등 중요 가야유물에 대한 국가·도 문화재 지정 검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학술 발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고 있어 가야유물의 문화재 지정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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