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적격비용(원가)을 재산정하는 시즌이 다가오면서 카드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힘든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수수료율을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와서다. 계속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신용판매 부문 수익성이 악화돼 더 이상의 수수료율 인하는 어렵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입장이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달부터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적격비용 산정을 위한 회계법인 선정이 이뤄진 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여신금융협회, 카드사들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카드사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태스크포스(TF)가 마련된다.
TF 회의 핵심 의제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근거가 되는 적격비용 산정이다. 2012년 여신금융전문법 개정에 따라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3년마다 적격비용을 조정하고 있는데, 올해 산정한 적격비용으로 내년부터 2024년까지 적용될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정해진다. 내년부터 적용 예정인 새로운 수수료율 체계가 올해 11월경 정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적격비용은 카드 결제시 발생하는 비용으로, 최근 3년간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위험관리비용·일반관리비용·벤수수료·마케팅비용·조정비용 등을 토대로 정해진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2018년 11월 '카드수수료 종합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까지 카드수수료 우대 혜택을 받게 했다.
이에 따라 현재 가맹점 수수료율은 신용카드 기준으로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은 0.8%,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가맹점은 1.3%,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가맹점은 1.4%,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 가맹점은 1.6%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우대수수료율(0.8~1.6%)을 적용받는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가맹점은 전체 가맹점의 96%에 달한다.
카드업계는 더이상의 수수료 추가 인하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가맹점 수수료율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율이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인하되면서 추가 인하 여력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 우대수수료가 적용되는데, 이는 전체 가맹점의 96%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가맹점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으면서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적자 상태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카드사들이 신용판매부문에서 발생한 적자를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통해 메꾸는 구조"라며 "지난해 카드사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은 것은 마케팅비 등 각종 비용을 줄인 것이 원인이다. 매출이 늘어서 이익이 난 것이 아닌 만큼 여기서 수수료 인하가 추가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 조달비용이 올라가고 있는 만큼 카드 수수료율이 높아져야 한다"며 "특히 연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이 인상되어야 한다. 현재 대형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이 카드사와의 협상에 따라 정해지는 상황인데, 이는 대기업을 보호하는 것이지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일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생계가 어려워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정치권 중심으로 카드수수료 인하 압박이 커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적격비용 산출과 관련된 부분은 객관적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는데, 외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며 "정치권에서 표심을 잡기 위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했을 때 카드 수수료 인하인 듯 싶다. 정치권을 비롯해 금융당국·카드업계·자영업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다보니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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