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노조 "관선이사 파견해야…한 달간 집회"
청주대 총장 "노조 집회 해교 행위…저지해달라"
시민단체 "청주대 파렴치 끝판…모든 책임 져야"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정부의 대학기본역량 평가 진단을 앞둔 충북 청주대학교에 내홍의 그늘이 깊어지고 있다.
'관선이사 파견'을 요구하며 집회에 나선 대학 노조 측과 이에 반발하는 대학 측이 정면충돌해 갈등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국대학생노동조합 청주대지부 쟁의대책본부는 지난 8일부터 교육부 앞에서 '비선 갑질 중단', 무능이사 퇴출', '관선이사 파견' 등을 요구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13년 동안 총장을 지내다 2014년 물러난 설립자 3세(김윤배 전 총장)가 비선실세로 대학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교육부는 청주대를 감사하고, 관선 이사를 파견해 대학을 바로 세워 달라"고 요청했다.
내달 7일까지 집회 신고를 낸 노조는 매일 오전 교육부 앞에서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대학 측은 노조의 집회를 해교(害校) 행위로 규정, 학내 구성원들에게 집회 저지를 요구하고 있다.
청주대 차천수 총장은 지난 5일 대학 내부 전산망을 통해 "모든 대학이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앞두고 노심초사하는 것이 현실인데 교육부 앞 집회는 학교를 망하게 할 수도 있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학내 구성원분들은 집회를 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제 전날 청주대 학장과 처장단으로 구성된 교무위원회 위원들은 학내에서 총학생회 고소 취하와 집회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청주대 노사 분규 언제부터?
청주대는 지난 2014년 정부재정지원제한 대학 선정 후 극심한 학내 구성원간 갈등을 겪었다. 전국 유례없는 4년제 대학 중 4년 연속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이라는 수모를 겪어서다.
대학 총학생회·총동문회·교수회·노동조합은 범비대위를 구성해 이 대학의 실질적인 소유주인 김 전 총장의 퇴진 등을 요구했다.
이후 2017년 청주대와 교수회가 대화합하며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2018년 노조 측과 약속한 임단협(임금·단체협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갈등은 격화됐다.
이 모든 과정에서 네 차례나 총장이 교체됐고 구성원 간 고소·고발, 법정 공방은 수십여 건에 달한다.
김 전 총장은 2014년 12월 재정지원 제한대학 지정 책임으로 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2017년 8월 학교 법인 이사직을 사퇴했다. 같은 해 12월 대법원에서 업무상 횡령죄로 징역형을 확정받아 임원 자격도 박탈됐다.
청주대 노조 관계자는 "2018년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대학당국과 합의했지만, 김 전 총장 때문에 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아직도 김 전 총장의 갑질 속에서 지옥으로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대 노조, 총학생회 고소…왜?
청주대 노조 측은 2018년 2월부터 대학 안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날(9일)까지 815일째 농성 중이다.
청주대는 2017년부터 노조와 단체협약을 위한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청주대 노조 관계자는 "대학 당국이 임단협 요구사항에 잠정 합의를 해놓고도 온갖 핑계와 거짓을 일삼으며 체결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학 본관 앞에 농성 천막을 설치하고, 교내 곳곳에 '단체협약 및 노동관계법 준수', '정원조정 실시·신규 직원 채용', '부당지급 편입학수당 즉각 반환' 등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며 대학 측을 압박해 왔다.
하지만 청주대 총학생회는 노조의 이런 대응이 학교 이미지를 훼손한다며 최근 노조의 천막과 현수막을 철거했다.
노조는 총학생회 관계자 30여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노조 관계자는 "선전물은 법원에서 가처분을 받은 적법한 선전물"이라며 "이를 대학과 총학생회 측에 여러 차례 공지했지만 학생회 측이 임의 철거하고 훼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학생회 측에서 선전물 철거·훼손과 관련해 사과한다면 고소를 취하해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총학생회는 "학생을 고소하는 교직원은 교직원으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잃은 사람이고,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일 대학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수막 철거 관련 '고소취하 요청 동의서'를 받은 결과 학생을 비롯해 1000여명이 넘는 분이 동의했다"며 "고소취하 요청서를 노동조합에 전달했으며, 노동조합이 이를 무시하면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주대는 갈등 문제 직접 해결해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와 청주대학교민주동문회는 9일 "청주대학교는 갈등 문제를 직접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한수이남 최고 사학이라고 자부하는 청주대학교가 스스로 망국의 길로 걸어가고 있다"며 "정부의 대학기본역량 평가 진단을 앞두고 고질적인 문제를 구성원과 약자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모습은 코미디에 가깝다"고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청주대 노동조합은 학교측으로부터 일방적인 단체협약을 해지당하고 갑질과 폭언, 각종 탄압으로 노조파괴에 가까운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막후에서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김 전 총장과 청석재단의 상당한 영향력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조를 총장과 교무위원이 비난하고 학내 갈등의 책임을 전가하며 침묵시위를 하는 것은 파렴치의 끝판"이라며 "정부의 대학기본역량 평가 진단이 걱정된다면 총장과 교무위원들은 지금 피켓시위가 아닌 대화 테이블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구성원과 화합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학교 측과 재단 형태로 보아선 총학생회의 행동들도 예사롭지 않다"며 "극단의 상황으로 몰아간 대학당국이 이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설립자 3세, 김윤배 전 총장 그는 누구?
비선실세로 지목된 김 전 총장은 청주대학교를 운영 중인 학교법인 청석학원 설립자 중 한 명인 청암 김원근 선생의 손자다.
작고한 부친 김준철 이사장과 함께 청주대 총장으로 장기간 재직하면서 실권을 행사해왔다.
자신의 이복형제들과는 유류분반환 청구소송과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 등 재산권을 놓고 법적 분쟁 중이다. 지난해 1심에선 김 전 총장이 모두 패소했다.
김 전 총장은 최근 운전기사 갑질 의혹이 터지면서 피소된 상태다.
지난해 8월 심근경색으로 숨진 김 전 총장의 운전기사 가족은 같은 해 11월 김 전 총장을 강요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운전기사 A(63)씨의 가족은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총장의 폭언과 갑질 정황을 포착했다.
A씨가 남긴 녹음파일과 업무수첩에는 김 전 총장의 폭언과 개밥 주기, 거북이집 청소 등 온갖 허드렛일 지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 가족은 A씨의 사망 원인을 김 전 총장의 갑질 스트레스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을 배당받은 충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달 중 김 전 총장을 불러 사실관계와 위법성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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