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받는 미얀마 군부 합법성…민주진영, 임정 수립 추진

기사등록 2021/03/03 15:56:02

'親수지' CRPH, 장관 권한대행 임명·군정 테러단체 지정

군부, CRPH 불법단체 지정·지도부 전원 체포영장 발부

[서울=뉴시스]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을 지지하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전직 의원들을 중심으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고자 구성된 '유사 정부(parallel goverment)'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는 지난 2일 장관 권한대행 4명을 임명했다. (사진= CRPH 트위터 갈무리) 2021.03.03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미얀마 군사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화 진영이 군부의 정통성을 공격하면 군부가 탄압으로 맞받아치는 형세다.

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CNN, 미얀마 영자매체 이라와디 등에 따르면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을 지지하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전직 의원들을 중심으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고자 구성된 '유사 정부(parallel goverment)'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는 지난 2일 장관 권한대행 4명을 임명했다.

지난해 11월 NLD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해 연방의회 하원의원으로 당선됐지만 군부 쿠데타로 연방의회가 해산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한 인물 3명이 각각 대통령과 총리 권한대행, 외교부 장관 권한대행, 3대 경제 부처 장관 권한대행(기획·재정·산업, 투자·대외경제관계, 재무)으로 임명됐다.

아울러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지휘해온 양곤1의대 총장이 3대 사회 부처(노동·이민·인구·교육, 보건, 체육) 장관 권한대행으로 임명됐다. 그는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면서 군사정권에 대항하는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해왔다.

CRPH는 이날 성명에서 "군부가 윈 민 대통령과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불법으로 체포한 이후 내각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며 "장관들을 대신해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장관 대행을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CRPH는 군부 쿠데타로 연방의회가 해산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한 NLD 소속 전직 의원 15명을 중심으로 지난달 5일 결성됐다. 이후 야당 전직 의원 2명이 합류해 전직 의원 17명이 활동하고 있다.

CRPH는 지난 1일 군정 최고기구인 국가행정위원회(SAC)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합법적인 문민정부를 상대로 쿠데타를 자행했고, 반군부 시위대와 CDM 참가자에게 실탄 사격을 하는 등 박해를 가했다는 이유에서다.

SAC에는 쿠데타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등이 몸을 담고 있다. CRPH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반역죄로 고소할 준비도 하고 있다.

CRPH는 지난달 22일 유엔 특사와 국제관계 대표를 임명해 국제사회에 군부를 거부하고 자신들을 공식 소통 창구로 인정해달라고 호소하는 여론전에도 돌입했다. CRPH는 향후 몇주내 임시 정부(interim government)도 출범할 예정이다.

유엔 특사인 사사는 지난 1일 FT와 인터뷰에서 "CRPH가 향후 몇주 이내 미얀마 내부에 임시 정부를 구성하고 미국과 영국, 유엔으로부터 인준을 받을 계획"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미얀마 군부는 CRPH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 일변도를 유지하고 있다. 군부는 지난달 CRPH 소속 전직 의원 17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미얀마 군부가 장악한 외교부는 자국 주재 외국 대사관과 유엔 기구, 국제 기구에 아웅산 수지 고문과 관련된 불법 단체와 대화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FT가 입수한 지난달 26일자 미얀마 외교부 공문은 CRPH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모든 외국 대사관과 유엔 기구, 기타 국제기구에 불법단체와 접촉 또는 통신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고 적시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월26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군부 쿠데타를 비판하고 전 세계에 CRPH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한 초 모 툰 대사를 국가에 대한 반역죄를 적용해 해임하기도 했다. 군부는 틴 아웅 나은 부대사를 대행으로 임명한다고 유엔에 통보했다.

다만 초 모 툰 대사가 유엔에 서한을 보내 자신은 윈 민 대통령이 임명한 합법적인 대사로 군부는 해임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유엔 총회 자격 심사위원회에서 양측의 주장이 논의될 전망이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선거명부 조작 등 선거 부정이 있었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를 기각하자 지난달 1일 쿠데타를 단행하고 군정을 수립했다. 아웅 산 수지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은 구금 상태로 미얀마에는 1년간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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