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법원, 교과서에 "동성애는 정신질환" 기술 허용

기사등록 2021/03/02 11:31:19 최종수정 2021/03/02 11:33:14

"사실 오도 아니라 학문적 견해일 뿐"

[베이징=AP/뉴시스]중국의 LGBT(성소수자) 운동가들이 민법상 결혼과 가족 부문에서 동성결혼 허용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AP와 ABC가 29일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7월2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동성 커플이 입맞춤을 나누는 모습. 2019.11.29.
[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중국 법원이 교과서에 동성애를 '심리적 장애'로 기술한 것은 사실에 대해 오도한 것이 아니며 단지 '학문적 견해'를 나타낸 것일 뿐이라는 판결을 확정했다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소송을 제기한 24살 여성 어우자융과 중국 성소수자(LGBT) 권리 단체들은 장쑤(江蘇)성 쑤쳰(宿遷) 중급인민법원의 이 같은 지난주 판결에 실망감을 표했다.

시시라는 이름도 사용하는 어우자융은 "사실상의 오류"를 구성하는 것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임의적이며 근거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시는 광둥성 광저우에 있는 남중국농업대학 1학년이던 지난 2016년 동성애자가 되는 것을 정신적 장애로 기술한 심리학 교과서를 우연히 발견했다.

지난(濟南)대학교 출판부에서 발간한 이 2013년판 대학생 정신건강 교재는 동성애를 이성의 옷을 입는 복장 도착(크로스 드레싱)이나 페티시즘과 함께 "정신적 장애"로 분류했다면서 동성애를 "사랑과 성에 대한 방해 또는 성 파트너의 왜곡"이라고 밝혔다.

이 교과서는 많은 중국 대학들에서 채택돼 사용됐는데 시시는 동성애자가 잘못된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영구화할 수 있다고 우려, 2017년 지난대학 출판부와 판매처인 온라인 소매업체 징둥닷컴(JD.com)을 고소하면서, 관련 구절 삭제 및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그녀는 이 책이 관련 기술을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를 갖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쑤첸 지방인민법원은 지난해 말 시시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교과서의 기술은 사실상의 오류라기보다는 의견의 차이 때문이라며 출판사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홍콩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시시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법원도 지난주 이전 판결을 지지했다. 시시는 "이번 판결은 논란을 줄이기 위한 것 같다. 동성애를 병적으로 해석하는 교과서가 계속 유통되도록 허용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중국 LGBT 사회도 이 같은 판결에 공개적으로 실망감을 나타냈다. 광저우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 PFLAG의 대변인 아취앙은 동성애에 대한 교과서의 기술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성소수자에 대한 교과서의 인식은 오늘날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1997년에 동성애를 범죄에서 제외했고, 2001년에는 정신 질환 목록에서도 삭제했다. 그러나 자신의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거나 성적인 이유로 불안 또는 우울해 하는 동성애자들은 여전히 정신장애로 분류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990년에 동성애를 정신장애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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