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정원 사찰 문건 공개…남동구청장 시절 피해
"'시도당 견제 강화' 대목, 당시 여당 동원 추측돼"
"구청장 때 콕 집어 행정감사…민노당이라 그랬나"
인천 남동구청장 시절 사찰을 당했던 배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 문건의 작성자는 직권남용의 소지가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배 의원은 2011년 국정원이 작성한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 제하 문건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해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국정원이 야권 기초·광역단체장 32명을 사찰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당시 그는 민주노동당 소속 인천 남동구청장이었다.
배 의원은 지난해 12월 8일 시민단체 '내놔라 내파일 운동본부'와 함께 국정원에 이 문건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해 지난달 15일 통지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에도 막연하게 사찰이 행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막연한 두려움만으로도 난 자신의 행동과 구정(區政)을 항상 스스로 검열해야 했다"며 "받아본 사찰 문건의 내용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세세하고 악의적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개설한 지역 주민대상 강좌 '2011 남동 희망교육 부모스쿨'을 문건에서 "지역사회 이념오염 조장"으로 규정한 데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지목된 강좌는 내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남동구청장 후보로 서 내세운 혁신학교 추진 공약의 일환"이라면서 당시 행사 포스터를 공개한 뒤, ▲21세기 학교의 새로운 비전 '배움의 공동체' ▲핀란드 교육을 통해 본 우리 교육의 과제 등 강의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게 종북 논리인가"라며 "아이들과 학부모를 무한경쟁에 밀어넣고 성적 올리고 좋은 대학가는 게 최고라 하면 '건전한 논리'고, 생각을 바꿔보고 외국 사례를 공부하면 '종북 논리'가 된다는 식"이라고 질타했다.
배 의원은 또 문건에서 시도당에 지자체장에 대한 견제 강화를 주문한 대목을 인용하며 "과연 이게 어디 시도당을 말하는 것이겠나"라며 "여기에 당시 여당의 이름이 적혀있었을 것이라 추측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정원이 당시 여당을 동원해 자신들의 인식을 퍼트리고 야권 지자체장들을 견제했음을 유추해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집권여당은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이었다.
그는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구청장 시절을 거론하며 "인천 지자체장 중 처음으로 남동구청이 행정감사를 받았고, 그 감사를 받을 때 많은 기자들 사이에서 '민노당 출신 구청장이기 때문에 감사원 감사를 나온 거 같다'고 유추를 많이 했다"면서 "현재 나와있는 취지라면 충분히 그럴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보도가 나간 후 민선 5기 지자체장을 했던 분들의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이들도 공식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함께 집단적으로 국정원을 상대로 한 소송을 비롯해 다각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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