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시위' 자영업자들 절규…"보증금 까먹고 알바해요"

기사등록 2021/02/08 14:49:45 최종수정 2021/02/08 14:53:39

자영업 12개 단체에 체육시설 업주 등도 참여

8~10일 자정, 수도권 한 영업장 모여 기자회견

첫 개점한 사장 "매출 80%↓ 대책 나올까 참여"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 침체로 수도권 자영업자가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지난달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거리 한 업소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1.01.25.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신재현 수습기자 = "밤 9시 영업시간 제한으로 월 1000만원 적자입니다. 작년부턴 배달라이더로 부업도 해요."

서울 강서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윤모(34)씨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씨는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자비대위)가 수도권만 유지된 '밤 9시 영업중단'에 반발, 8일 0시부터 시작한 '개점 시위'의 첫 번째 주인공이다.

자영업자비대위는 이날 윤씨의 PC방에 모여 방역기준 불복 개점 시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정부에 ▲근거 없는 밤 9시 영업시간 제한 폐지 ▲자영업자도 참여하는 방역기준 조정기구 구성 ▲손실보상법에 소급적용 허용 ▲보상협의기구에 자영업자 참여 등의 요구를 하고 있다.

자영업자비대위의 개점 시위는 이날을 시작으로 9일과 10일 두 차례 더 열린다. 개점 시위는 서울에 있는 점포 한 곳을 정해 0시에 문을 열고 정부에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첫 시위 장소는 윤씨의 PC방이었고, 2차와 3차 개점 시위는 각각 서대문구에 위치한 코인 노래방과 서초구에 위치한 호프집에서 열린다.

김종민 자영업자비대위 대변인은 "지난주 월요일, 밤 9시부터 자정까지 간판 및 매장 불을 켜두는 점등 시위를 시작했고 오늘 0시에는 처음으로 개점 시위를 열었다"면서 "점등 시위는 단순히 불만 켜 두는 식이었지만, 개점 시위는 사람들이 매장에 모여 기자회견을 진행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비대위는 개점 시위가 열릴 예정이었던 전날(7일), 점등 시위에 참여한 점포도 3만 곳에 달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지난주 점등 시위 참여 점포를 따로 취합하지는 않았다"면서 "그런데 어제 개점 시위를 하기 전 단체 카카오톡방이나 밴드 등을 활용해 집계한 결과, 당일 약 3만 점포가 점등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사회적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열린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LW컨벤션에 마련된 토론회장 앞에서 자영업자들이 방역지침 끝장토론, 영업시간 연장 등을 촉구하는 1인 시위하고 있다. 2021.02.02. dadazon@newsis.com
개점 시위에 첫 장소를 제공한 윤씨는 참여 이유에 대해 "밤 9시 영업 제한으로 인해 바쁜 시간에 문을 닫게 되니까 매출이 70~80% 이상 줄었다"면서 "인건비, 월세, 전기세 다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시위에 참여하면 이런 점을 보완할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 운영을 하면서 한 달에 1000만원 이상 적자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윤씨는 "매장 월세와 관리비만 450만원 정도가 나오고 인건비로도 나간다"면서 "보증금이 5000만원인데, 작년에 9개월 정도 월세가 밀리면서 다 깠다"고 말했다. 윤씨는 부족한 소득을 메우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배달 라이더로 활동하고 있다고도 했다.

3차 개점 시위 장소를 제공하기로 해 오는 10일 자정 문을 연다는 서초구 호프집 사장 이모씨도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시위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작년 12월과 비교해 매출이 정확히 83% 정도 떨어졌다"면서 "저희는 보통 저녁부터 시작하는 업종이라, 밤 9시 영업제한은 실질적으로는 영업금지와 비슷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버틸 수가 없으니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의 매장은 월세가 600만원이 넘는데, 최근 나오는 월 매출은 500만원대라고 전했다. 그는 "정부의 보상안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방역 선두에 서서, 말 잘 듣고 영업 금지하거나 영업하지 않아 생긴 피해에 대한 소급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상협의기구 등 전문가들이 모여 한다는 회의에 당사자인 우리들이 다 빠져 있는데, 같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소통창구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사회적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열린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LW컨벤션에 마련된 토론회장 앞에서 자영업자들이 방역지침 끝장토론, 영업시간 연장 등을 촉구하는 1인 시위하고 있다. 2021.02.02. dadazon@newsis.com
자영업자비대위의 이번 시위는 일단 오는 10일 3차 시위까지 진행된다.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개점 시위가 상징적으로 문만 열어두는 것이지 실제로 손님을 받는 등 불법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정부가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불법 영업까지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비대위는 전국자영업자단체협의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 음식점호프비상대책위원회 등 12개 단체가 모여 결성됐다. 개점 시위에는 여기에 헬스장·피트니스 업주나 당구장, 볼링장, 스크린골프장 업주 및 단체 등도 합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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