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공개에도 그치지 않는 '북풍' 부채질…난감한 산업부

기사등록 2021/02/02 16:07:35 최종수정 2021/02/02 16:36:38

가스공사도 비슷한 내용의 용역 보고서 받아

"스터디용일 뿐" 선 그었으나 야권 공세 계속

"삭제됐다는데 원문 공개, 앞뒤 안 맞는 해명"

"아이디어라며 공식 자료…정부가 만든 문건"

여권은 "북풍 정치 공세" 규정하며 반격 나서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북한 원자력 발전소 건설 관련 논란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보고서 원문을 전격 공개했지만,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산업부 산하 기관인 한국가스공사도 비슷한 문건을 만들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야권에서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문서인데 왜 긴급히 삭제했느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에게 건넸다는 이동식 저장 장치(USB) 원본을 공개하라"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2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지난 2018년 12월 국민대학교 산학 협력단으로부터 '북한의 에너지 현황 및 천연가스 사업 협력 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용역 보고서를 받았다. 북한에 신규 발전소를 건설할 경우 전원별 장단점을 분석한 이 보고서는 원자력의 장점으로 '북한 자주 경제 노선 표방에 적합' 등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가스공사는 "당시 남북 경제 협력이 활성화할 가능성을 대비해 만든 '스터디'(연구)용 보고서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1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2018년 남북 정상 회담 당시 정부가 북한에 전달한 한반도) 신경제 구상 자료를 긴급하게 검토했지만, 원전의 '원' 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일축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오세훈 전 서울시장. (공동취재사진) 2021.02.02. photo@newsis.com

그러나 야권에서는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 선거 예비 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문건이 공무원에 의해 삭제됐음에도 불구하고 산업부는 '다른 컴퓨터에 해당 문건이 남이 있어 원문을 공개했다'고 한다"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라고 했다.

야권에서 제기하는 주요 의혹은 ▲아이디어 차원의 검토 문서라면서 왜 새벽에 긴급하게 삭제했는지 ▲산업부가 공개한 보고서가 원본이 맞는지 ▲보고서의 일부 내용만 공개한 것은 아닌지 등이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감사원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경제성 판단 감사를 앞둔 2019년 12월1일 오후 11시부터 자정을 넘긴 다음 날 오전 1시를 지나서까지 삭제됐다.

문건은 이때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산업부는 지난 1일 "내부 자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며 "공개한 파일은 '원본'"이라고 했다.

또 "공개된 내용이 일부가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해 오세훈 전 시장은 "산업부가 공개한 파일의 제목은 '180514_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_V1.1'이지만, 검찰 공소장에 적힌 문건의 제목은 '180616_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_V1.2'다. 두 파일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photo@newsis.com

반면 여당은 야권의 공세를 '북풍 공작'으로 규정하고, 반격에 나섰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산업부가 공개한 문건) 자료가 '국민 동의 없이 북한에 원전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면서 "국민의힘은 선거용 북풍 정치를 즉각 사죄하라"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2일 KBS 라디오에서 "산업부가 공개한 보고서 제목 바로 밑에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고 적혀 있다. 산업부 내부에서는 검토가 됐고, 최종적으로 청와대에는 보고가 안 올라갔다"면서 "이를 보고도 북한 게이트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정치 공세"라고 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난처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산업부는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부 관계자는 "추가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면서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 원문 공개 당시에는 "이 사안은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바 없다. 이 자료로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돼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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