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빈곤국 상관없다는 메시지 돼"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장 클로드 융커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EU의 백신 수출 금지 조처를 비판했다.
유럽판 폴리티코에 따르면 융커 전 위원장은 1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개최된 온라인 행사에서 "유럽은 수출 금지 조처로 단 한 번도 좋은 성과를 거둔 적이 없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출 규제에 반기를 들었다.
현 EU 집행위원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최근 EU 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백신을 수출할 때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사실상 수출 규제안이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유럽 공장의 생산에 차질이 불거졌다며 1분기 납품 가능한 백신 물량을 기존의 40%로 줄이겠다고 알리자 이에 대응에 나서면서다.
EU의 백신 수출 규제에 따라 벨기에 공장에서 생산되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등의 백신은 수출시 EU에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융커 전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일부 국가들은 의료품을 수출하지 않겠다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저지한 게 EU다"며 "그런데 이제는 EU가 비(非)유럽 국가로 백신 수출을 막겠다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우리 자신만을 책임지는 게 아니다. 이는 전 지구의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전염병이다"며 "나는 EU가 자신의 상황에만 집중할 뿐 다른 이들의 고통, 특히 빈곤한 대륙의 빈곤한 국가들의 고통이 우리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는 이 상황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융커 전 위원장은 이어 EU가 백신 확보에 너무 늦게 나섰다고 꼬집었다. 그는 "모든 것이 너무 느리게 진행됐다"며 "물론 까다로운 임무였을 테지만 최대한 투명하게 해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융커 전 위원장은 룩셈부르크 총리 출신으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EU 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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