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근의 반려학개론]서울시장 예비후보님들께

기사등록 2021/02/02 06:00:00 최종수정 2021/02/09 06:21:40

윤신근의 반려학개론

[옴스크=AP/뉴시스]지난해 12월26일(현지시간) 영하 32도의 러시아 옴스크 지역 한 거리에서 길고양이 두 마리가 먹이를 먹고 있다. 2020.12.27.

[서울=뉴시스] 서울시장 예비후보님들께

저는 중구 필동에서 애견종합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윤신근입니다.

세계적인  거대도시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후보님들에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에는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울 정도로 반려인이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반려동물 관련 공약을 이미 발표한 분도 계시고, 다른 후보님들도 공약을 준비해 곧 공개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펜을 든 이유는 서울에서 동물병원을 40년간 운영하면서 수많은 반려인을 만나고, 반려동물을 치료해 온 수의사로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해서입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유기동물 중에서도 유기묘, 그러니까 길고양이에 관련 내용입니다.

길고양이 문제의 핵심은 엄청난 번식력입니다. 길고양이 관련 온라인 게시물을 한 번 보세요. 상당수가 "아기 길고양이를 구출했다"는 내용입니다.

수많은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았고, 낳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그 새끼들은 거의 다 부모처럼 길 위에서 자라고, 살아가다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되겠죠.

그 사이 서울 주변 산이나 들에서는 길고양이가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합니다. 이로 인해 생태계는 파괴되고 맙니다. 주택가로 내려와 사는 길고양이도 많습니다. 그 때문에 일부 시민은 대립하고, 갈등하기까지 합니다. 

저는 2014년 3월 서울시에 길고양이에 대해 '중성화 수술'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하루 5마리씩 매년 1800마리를 대상으로 거세(수컷) 또는 난소, 자궁 제거(암컷) 수술을 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더 할 수도 있지만, 생업이 있으니 길고양이 무료 수술에 전념할 수는 없어 그 정도로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황당하다고 여기며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수십 년 임상 경험과 사람 병원에 버금가는 첨단 장비를 활용해 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신속하고 완벽하게 마칠 수 있어 자신 있게 제안했던 것입니다.

비현실적이라고 여긴 것은 서울시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끝내 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일부 동물병원에서 마리당 10만원씩 들여 여러 시간에 걸쳐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중성화 수술이 이뤄지는 길고양이 수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미가 중성화되기도 전에 새끼들이 자라 새끼를 낳는 일까지 벌이지는 셈입니다.

후보님, 이번에 서울시정을 맡으신다면 제 제안을 꼭 현실로 이뤄주십시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서울시 개업 수의사로서 재능기부, 봉사로서 힘닿는 데까지 해보겠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제 제안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내년 서울시장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황당한 상상을 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봉사를 하려는 것은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중성화 수술만 많이 해도 길고양이 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사회 문제도, 환경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하게 될 것입니다.  

또 하나 반려묘나 반려견의 중성화 수술 중요성을 알리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결혼을 시킬 생각이 없다면 그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꼭 그 일을 맡지 않아도 됩니다. 시장이 되신다면 길고양이를 더 많이 중성화해 주십시오. 그게 길고양이도, 시민도, 서울도 행복하게 할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윤신근 드림

윤신근
수의사·동물학박사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dryouns@naver.com
[서울=뉴시스]수의사 윤신근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