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U 대사' 지위 격하에…EU "외교 관계 악화 위험"

기사등록 2021/01/26 12:39:36 최종수정 2021/01/26 13:21:16

EU "우리 외교단, 143개 국가서 외교관 특권 받아"

[브뤼셀=AP/뉴시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EU 외교정상 회의를 마친 뒤 영국이 EU 외교관을 다른 국가와 동등한 위치에서 대우하지 않고 있다며 "영국의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2021.01.26.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에서 영국 주재 EU 대사의 지위를 놓고 다시 갈등이 벌어졌다.

영국 정부가 주앙 발르 드 알메이다 영국 주재 EU 대사에 빈 협약에 따른 외교관 특권을 부여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면서다.

25일(현지시간) 가디언, AP통신 등에 따르면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27개 회원국 외교장관 회의를 마친 뒤 영국의 대응에 상당한 불만을 표했다.

그는 "영국이 EU를 탈퇴한 이후 우리에게 보낸 첫 번째 신호는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며 "이대로는 양국 외교 관계에서 좋은 전망을 내놓기 힘들다"고 밝혔다.

보렐 위원은 EU 외교단이 세계 143개 국가에서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외교관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영국이 EU 대사를 외교 사절단으로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영국 외무부는 'EU는 국제기구'라며 국가와 동등한 지위를 부여해 잘못된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어왔다. EU를 한 국가로 취급할 경우 다른 국제기구들 역시 대표를 내놓고 외교적 지위 부여를 요구할 우려가 있다면서다.

영국 외무부는 지난주 "EU 대사와 외교단, 관계 직원들이 영국에서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필요한 특권과 면책 특권을 부여하겠다"면서도 이는 빈 협약에 따른 외교관 특권과는 다른 의미라고 밝혔다.

1961년 4월 체결된 빈 협약에 따르면 당사국은 "개인의 이익을 위함이 아니라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공관 직무의 효율적 수행을 보장하기 위해 외교관들에게 각종 특권을 제공한다"는 데 합의했다.

보렐 위원은 "영국의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는 새로운 것을 요구하거나 특별한 대우를 요청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EU의 외교 지위는 전 세계 국가 및 국제기구가 인정하고 있다. 우리는 영국 역시 EU 외교단을 이에 상등하게 대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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