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선 돌파에 주식투자 급증
직장인들 "재택 아닌 '재테크' 근무 중"
주부도 투자…"일단 해보자는 분위기"
전문가 "분위기 편승 투자 위험할수도"
일부 직장인들은 "탈출구는 주식 대박뿐"이라며 급변하는 주식시장 흐름 속 상승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회사에서도 수시로 휴대전화 앱을 들여다보는 등 본업 대신 주식 투자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오전 장중 3200선을 돌파하며 장중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주식시장이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빚내서 투자(빚투)',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등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주식 말고는 다른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유통업체에서 일하는 최모(34)씨는 "투자금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주변에 주식을 안 하는 사람은 없다"며 "대부분이 일반인임에도 거의 전문가 수준의 정보력을 갖고 있는데, 요즘 장이 좋아서 그런지 수익을 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씨는 "요즘 다들 재택근무를 한다고 하는데, 주식 열풍이 불면서 대신 '재테크 근무'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예전에는 주식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보통 집이 없거나 집을 사고 싶은데 돈이 없는 개미들이 주식을 탈출구 삼아 하는 경우가 많아 이제는 이해하고 응원한다"고 했다.
중학교 교사 하모(36)씨는 "저는 주식을 안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안 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요즘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 선을 보러 나가도 주식 이야기는 꼭 나온다"고 전했다.
하씨는 "대부분 남성들이 결혼하고 집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 투자는 꼭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사실 월급만으로는 집을 사기 힘들지 않느냐. 요즘은 맞벌이를 해도 빠듯하기 때문에 주식 투자가 위험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당연하게 여겨지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이어지는 상승장에서 수익을 냈다는 인증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면서 직장인 뿐만 아니라 전업주부들도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요즘 뉴스에서 포모증후군(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 증상)이라고 하는데 그 이야기가 딱 맞는 것 같다"며 "너도 나도 (투자를) 하니까 뒤쳐지기 싫고 무서워서 한 번씩 넣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요즘 이율도 낮고 딱히 투자할 곳도 없다보니 주식을 자꾸 하게 된다"며 "주부는 특히 출근을 하지 않으니까 하루종일 TV나 주식 투자 관련 유튜브 채널 등만 들여다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맘카페에서도 주식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맘카페 회원 A씨는 "엄마가 1000만원 정도를 맡겼는데, 예금에 넣기 아까워 주식으로 전환했다"며 "손 떨면서 타이밍을 보고 들어가느라 정말 무섭더라. 운동도 못 가고 있다"고 적었다.
다른 회원은 "주위에서 몇백, 몇천만원을 하루에 버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위태로워보이기도 하는데, 적금과 예금이 재태크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제가 바보 같다"며 "통장 돈을 조금씩 빼서 투자를 하다보니 마이너스가 됐는데, 남편이 그만 하라고 해도 정신이 들락날락한다"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 투자에 대한 이해나 정보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고, 또 투자가 될 수 없다"며 "기초지식이 없는 빚투와 영끌 등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최근 주식 시장이 요동친다고 해서 그 분위기에 편승해 투자하는 경우"라며 "먼저 시장에 대한 공부를 충분히 하고, 부동산 등 다른 데 투자할 곳이 없다고 주식만 바라보고 매달리는 '분노투자'를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