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부당한 판결, 용인할 수 없어"
마이니치 "주권면제 예외 인정한 배상 명령은 무리 있어"
니혼게이자이 "문재인 정권, 국제관례 반하는 재판 방관"
아사히 "한일 양국 모두 책임"
산케이 "부당한 판결, 즉각 철회돼야"
[서울=뉴시스] 김혜경 기자 = 일본의 주요 신문은 9일 사설을 통해 한국 법원이 전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소송에서 일본 정부에 배상을 명령한 1심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일제히 비판했다.
보수우익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은 '위안부 소송, 주권면제 인정 않는 부당한 판결'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한국 법원이 한일관계의 토대를 파괴하는 판결을 또 다시 내놨다"며 "주권 국가는 다른 나라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국제적으로 확립된 (주권면제) 원칙에 반하는 판단으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요미우리는 "학살 등 심각한 인권침해는 주권면제가 부정된다는 학설도 있지만, 주권면제의 원칙은 널리 정착하고있다"면서 "위안부에 대한 '인권침해'에 지나치게 중점을 둔 부당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이번 판결에 따라 일본 정부 자산의 처분이 가능하게 됐고 향후 비슷한 소송과 판결이 잇따라 한일관계가 더욱 위기 상황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한국 측은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또 한일 간의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그리고 위안부 문제는 2015년 한일합의로 해결됐지만,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은 문재인 정권이 위안부 합의를 백지화 하는 등 한일 간의 약속을 짓밟는 자세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징용판결에서도 문 정권은 삼권분립을 구실로 대응을 미루고 있다며, 그 연장선상에 이번 판결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이 기정 사실로서 국제사회에 확산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도 성향의 마이니치신문은 '한국의 위안부 소송, 대립 심화 시키는 판결'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징용 문제로 매우 악화된 한일 관계 개선 전망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주권면제 예외로 인정해온 것은 고문과 대량학살이라며, 위안부 제도에서도 주권면제의 예외를 인정하는 새로운 판단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권 피해의 구제를 중시하는 국제법은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에서 생겨난 것"이라며 "2차 대전의 행위에까지 거슬러 올라가 주권면제 예외를 인정하고 배상을 명령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또 "한국 법원의 판결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대처를 무시하는 것도 간과 할 수 없다"며,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1990년대에 시작된 아시아여성기금 사업에서 역대 일본 총리의 '사과의 편지'가 위안부에게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또 2015년 한일 간 위안부 합의 체결도 예로 들며, 국가 간의 명확한 합의를 내정 상황에 따라 일방적으로 소홀히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이번 판결로 한국에 있는 일본의 국유 자산이 압류되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여론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은 최근 한국 측의 사법 판단을 계기로 상호불신을 더해 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문은 또 "엄격해지는 보안 환경과 코로나19 수습 후 경제를 생각하면 한일이 협력하는 것이 서로의 국익으로 이어진다"며 사태 수습을 촉구했다.
일본 최대의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국제 관례에 위배, 이해하기 어려운 위안부 판결'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가 간의 신뢰관계의 토대를 뒤흔드는 사태가 한국에서 다시 일어났다"며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닛케이는 일본은 인도적인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1990년대 아시아여성기금을 통한 보상금 전달 및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원의 기금을 사례로 들었다.
또 "한일 간 합의에 미국 등 많은 국가들이 찬성을 했지만 문재인 정권이 발족하자 합의가 피해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사실상 파기해 기금에 의한 피해자 지원책도 끊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 협력의 틀이 깨져 일본에서 지원금을 받은 위안부 피해자가 오히려 괴로워하고 있다면, 문재인 정권의 '피해자 중심주의'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번 판결 이후 비슷한 소송과 판결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며, 문재인 정권이 국제 관례에 반하는 재판을 방관함으로써 한일 관계의 위기가 지역의 위험도를 높이는 흐름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은 비교적 중도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아사히는 '위안부 판결 합의를 기초로 해결 모색을'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본과 한국의 관계에 또 큰 시련이 되는 판결이 나왔"며 "일본 측이 항소하지 않고 1심 판결이 확정되면 일본 정부 자산이 처분될 우려도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사히는 "최근 수년 동안 위안부나 징용공 등의 문제로 사법부가 과감한 판단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한일갈등의 요인이 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 문제는 해결이 어려워 일반적으로 제3국 중재와 국제사법 판단에 맡기는 선택을 하지만 가능한 한 당사국 간 외교문제를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양국 간 해결을 촉구했다.
아사히는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대해 양국이 끈질긴 협상 끝에 서로 중시하는 점을 반영해 결실을 본 합의가 지금은 방치돼 있다며, 한일 양국에 모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전 정부가 체결한 합의를 문재인 정부가 평가하지 않은 채 무력화 시키고, 역사의 가해자 측인 일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겸허한 태도를 보이지 않은 것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018년 징용 판결과 이후 일본의 사실상의 보복조치로 양국간 감정은 악화했다며, 이번 판결은 이를 더욱 가속화 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우선 위안부 합의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다시 이번 소송의 원고이기도 한 위안부 피해자들 과의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한국 측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는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며 한일 양국 정부의 외교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한편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위안부 배상 명령 역사를 왜곡하는 판결을 반대한다'는 제하의 사설에서 한국 법원이 국제법상 주권면제 원칙을 짓밟았다며, "이런 부당하기 짝이 없는 판결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 성향의 도쿄신문은 위안부 판결과 관련해 사설을 게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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