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 장기 중 가장 뒤쪽…강한 외력 작용 주장
폭행으로 췌장 파열돼 사망한 20대 여성 사건
법원 "피고인들 미필적 고의로 살인죄 인정돼"
정인이처럼 장기간 폭행 당한 유사점도 있어
폭행 도구·방법 구체적으로 밝혀졌다는 차이도
정인이 '16개월'…사망 가능성 인식 더 쉬울수도
다만 해당 사건의 경우 정인이 사건보다 폭행 방법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는 차이점은 있기 때문에, 현재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적용된 입양모에 대한 살인죄 변경은 폭행 방법 등이 얼마나 명확하게 입증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06년 서울고등법원은 20대 여성이 폭행을 당한 끝에 결국 췌장 파열로 사망한 사건에서, 2명의 남녀 피고인 A씨와 B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각각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9일 장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하면서 정인이의 사인을 췌장 절단으로 발표했는데, 이 사건 피해자와 사인이 같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췌장이 배 속 장기 중 가장 뒤쪽에 있어, 강한 외력이 작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정인이의 경우에도 다른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췌장이 손상돼 사망한 만큼 충분히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살인죄는 아동학대치사와 달리 살인의 고의를 입증해야 적용될 수 있다. 고의에는 단순 고의 외에도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고 범행한 '미필적 고의'가 포함된다. A와 B씨 사건의 경우에는 법원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였던 서울남부지법은 이들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했다. A씨와 B씨 모두 충분히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 B씨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고, 사건은 2심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도 이들에 살인죄를 인정, 둘 모두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살인죄의 범의는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기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라면서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법리 판단은 대법원에서도 인정됐다.
해당 사건은 긴 폭행 기간과 피해자의 사망 원인 그리고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정인이 사건과 유사하다.
또 장씨는 "정인이가 밥을 먹지 않아 화가 나 배를 손으로 때리고, 정인이를 들어 올려 떨어뜨렸다"는 취지로 진술해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A씨 등 사건 피해자는 성인이었지만 정인이는 생후 16개월 밖에 안 된 아동이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입양모가 사망 위험을 충분히 인식했을 수 있다는 견해가 합리적일 수 있다.
이상희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 차장은 "장기간에 걸친 아동학대로 피해 아동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며 "보도된 바에 따라 장기 파열 등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을 검토하면 살인죄로 공소장 변경 검토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둔력은 손바닥이나 발로 때렸을 때 받기도 하지만 떨어지면서 받기도 한다"면서 "가격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규명되지 않고, 다쳤다는 사실만 있을 경우에는 살인죄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A씨와 B씨의 경우에는 흉기로 장기가 있는 복부나 흉부를 찌르는 행위는 없었지만 음료수 병, 빨래건조대 봉, 의료용 가위, 건조대 살대 등이 모두 법원에 제출됐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범행 방식이 규명됐다.
결국 입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정인이에게 가한 폭행의 구체적인 내용이 속속 밝혀져야 한다는 얘기다.
검찰은 입양모를 기소한 이후 부검의 3명에게 정인이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하는 등 관련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 같은 수사로 입양모의 범행 방법이 더 구체적으로 밝혀지거나 살해 고의, 또는 가망 가능성 인식이 있었고 보는게 더 합리적이라고 볼만한 증거를 찾아낼 수 있다면 살인죄 적용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입양모 및 남편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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