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와 기획사들은 온라인 공연으로 돌파구를 모색했다. 지난해에 이어 트로트 신드롬은 계속됐고 '부캐'(부캐릭터) 열풍도 이어졌다.
방탄소년단, 코로나에도 K팝 역사 다시 쓰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정상(지금까지 5차례)을 밟은 데 이어 한국 가수에겐 영원한 장벽으로 느껴지던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3번이나 1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달 발매한 새 앨범 'BE' 타이틀곡 '라이프 고스 온'은 한글 가사 위주의 곡으로는 처음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거뒀다.방탄소년단은 내년 1월31일 한국 대중음악 가수로는 처음으로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올라 있다. 자신들에게 '핫100' 첫 1위를 안긴 '다이너마이트'로 비교적 무게감이 있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다. 그래미 어워즈 수상 가능성도 높다.
방탄소년단 소속사이자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지난 10월1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전후로 각종 기록을 쓰며 엔터주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트로트 열풍 계속…나훈아 신드롬도
지난해 TV조선 '미스 트롯'으로 점화된 트로트 열풍은 올해 '미스터 트롯'이 이어받아 더 뜨거웠다. '미스터트롯' 톱7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의 인기는 웬만한 아이돌을 뛰어 넘었다. 현재 연말에 트로트 경연프로그램의 경쟁이 더 뜨겁다. MBC TV '트로트의 민족', KBS 2TV '트롯 전국체전' 등 지상파가 도전장을 냈고 '트로트 오디션의 원조'인 '미스 트롯'이 시즌2로 돌아오면서, 대결이 치열해지고 있다.
코로나시대, 온라인 돌파구…앨범판매량 급증
코로나19로 인해 월드투어가 중단되면서 방탄소년단, 슈퍼엠, 블랙핑크, 트와이스, 몬스타엑스, NCT 등 세계를 호령하는 K팝 그룹들은 피해를 입었다. 세계 곳곳을 도는 월드투어로 현지에서 인기를 확인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하지만 K팝은 금방 새 창구를 찾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에 화두가 된 '온라인 공연'에서 K팝은 단연 앞서갔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10월 펼친 온라인 콘서트 'BTS 맵 오브 더 솔 원'은 세계 191개 국가 및 지역에서 99만3000명이 관람했다. SM·JYP·네이버가 협업한 '비욘드 라이브'는 확실한 온라인 콘서트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대중음악계 앨범 판매량이 4000만장을 넘어선 것도 코로나19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의 '가온차트' 앨범 판매량 리뷰(2020년 1~50주차)에 따르면, 올해 톱400기준 앨범 판매량이 약 4026만장에 달한다. 지난해 2459만장보다 약 64%(50주차 현재 기준)가 성장했다.
특히 방탄소년단은 기존 앨범까지 포함 올해 12장의 앨범으로 약 900만장을 팔아치웠다. 보통 아이돌 그룹 팬들은 앨범 구매, 콘서트 티켓 구입, 굿즈 구매 등으로 팬소비 활동을 한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팬소비 지출에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콘서트가 취소되면서, 앨범 구매가 대리충족을 시켜주고 있다는 진단이다.
앨범 발매와 함께 진행하는 팬미팅, 팬사인회가 코로나19로 불가해지자 추첨을 통한 팬과 '영상 통화' 등이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비·이효리의 건재…싹쓰리·환불원정대, 가요계 돌풍
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의 '깡 신드롬'도 올해 가요계를 강타했다. '깡'은 비가 데뷔 15주년을 맞은 2017년 말 발매한 미니앨범 '마이라이프애(愛)'의 타이틀곡이다. 당시에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 '호박전시현'에 업로드된 '1일 1깡 여고생의 깡(Rain-Gang) 커버' 영상이 온라인 상에서 주목 받으면서 열풍이 시작됐다. 올해 유행한, 영상 속 한 장면을 패러디하는 '밈(Meme)'(유행 요소를 응용해 만든 사진이나 동영상 챌린지) 바람을 타고 재조명된 것이다.
비는 MBC TV '놀면 뭐하니?'에서 개그맨 유재석, 가수 이효리와 결성한 프로젝트 혼성그룹 '싹쓰리' 활동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이어갔다. 싹쓰리는 유두래곤(유재석), 린다G(이효리), 비룡(비) 등 지난해부터 이어온 '부캐'(부캐릭터) 열풍의 바통을 이어 받기도 했다.
이효리는 싹쓰리에 이어 '놀면뭐하니?'에서 '환불원정대'까지 흥행시키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녀(천옥)와 엄정화(만옥), 제시(은비), 마마무 화사(실비)로 구성된 환불원정대는 '여성 연대의 서사'를 보여주며 하반기에 돌풍을 일으켰다. 유재석은 매니저 부캐 '지미 유'로 변신, 이들의 성공을 도왔다.
유재석과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에 이어 이번 '놀면 뭐하니?'까지 예능뿐 아니라 가요계를 넘나드는 프로젝트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존재감을 확인했다.
틱톡 급부상…국악, 또 다른 K팝 열풍
글로벌 숏폼 모바일 비디오 플랫폼 '틱톡'이 MZ(밀레니얼·Z세대) 세대에서 큰 인기를 누리면서, 가요계의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됐다. 특히 음악에 맞춰 춤 동작을 따라하는 '챌린지'가 이 플랫폼을 통해 크게 유행했는데,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가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방탄소년단, 세븐틴, 트와이스 등 인기 K팝 걸그룹들이 신곡 공개 전 일부를 틱톡을 통해 선공개하기도 했다.
국악 기반의 얼터너티브 팝 밴드의 활약도 올해 빼놓을 수 없다. 음악감독 장영규가 주축이 된 '이날치'는 안무가 김보람이 이끄는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협업한 '범 내려온다' 돌풍을 일으켰다.
이와 함께 '조선 아이돌'로 통한 '상자루', 무가(巫樂)를 재해석한 음악을 들려주며 평단의 극찬을 받은 '추다혜 차지스',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악단광칠', 전통음악을 무궁무진하게 변주하는 '고래야' 등도 주목 받았다. 방탄소년단 슈가는 조선시대 군례(軍禮)에 연주되던 일종의 행진음악인 '대취타'에서 영감을 받은 솔로곡 '대취타'를 발매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올해 가요계에는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김건모의 성폭행 피소, AOA 출신 민아의 괴롭힘 폭로, 가요계 사재기 논쟁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박경의 학폭 의혹, 홍진영 논문 표절 등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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